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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옷·커튼·침대보…나를 둘러싼 천에 향기를 입혀봐요

중앙일보

입력

여름철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을 장마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6월 말부터 8월까지가 장마철이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도, 제습기를 열심히 돌려도 집 안의 꿉꿉한 공기는 가시지 않는데요. 이럴 때는 내가 좋아하는 향기로 집 안을 채워 기분을 전환해 보는 건 어떨까요.

목윤서(왼쪽)·김도경 학생기자가 섬유향수 공방을 찾아 조향에 대해 배우고, 향수를 보관하는 플라워 박스도 직접 만들어봤다.

목윤서(왼쪽)·김도경 학생기자가 섬유향수 공방을 찾아 조향에 대해 배우고, 향수를 보관하는 플라워 박스도 직접 만들어봤다.

향료를 알코올 등에 풀어 만든 액체 화장품을 향수라고 하죠. 향수의 기원은 수천 년 전에 고대인들이 신과 교감하기 위한 종교의식에서 태우곤 했던 향(香)이 그 시초라고 해요. 보통 향수라고 하면 몸에 뿌리는 화장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옷·커튼·침대보 등 패브릭 재질에 뿌리는 섬유향수도 있어요. 김도경·목윤서 학생기자가 섬유향수를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인천 남동구에 있는 공방 '꽃 그리고 향기만들고'를 찾았어요. 채인숙 대표가 수십 개의 향수가 진열된 작업실 안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공방 안 테이블 위에는 섬유향수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들이 미리 준비돼 있었어요. 에탄올·정제수·산화방지제·보습제·자외선 차단제 등을 배합한 향수 베이스, 향을 내는 데 쓰이는 여러 종류의 오일, 완성한 섬유향수를 담을 30ml 용량의 향수병, 향수병을 소독하는 데 쓰는 에탄올, 향을 맡는 데 쓰는 시향지, 향수베이스와 오일을 섞을 비커와 유리막대, 재료의 양을 잴 때 쓰는 전자식 저울, 향수의 색을 내는데 쓰는 수용성 색소 등이죠.

향수의 기원은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이 종교의식에 사용했던 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향수의 기원은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이 종교의식에 사용했던 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테이블 위의 재료들을 찬찬히 살피던 윤서 학생기자가 "섬유향수를 만들 때 알아야 할 기초 지식이나 용어가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향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노트(note)라는 개념을 알면 좋아요. 섬유향수를 포함한 향수는 일반적으로 발향 순서에 따라 세 가지 노트로 구성돼 있어요. 맨 처음 느껴지는 향인 톱(top) 노트, 톱 노트보다 휘발 속도가 느리며 중간 단계를 이루는 향인 미들(middle) 노트,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는 향인 베이스(base) 노트죠."

톱 노트 계열의 향은 향수를 뿌리고 난 뒤 5~20분 정도 후 사라지는데요. 레몬·만다린·베르가모트 등 가볍고 상쾌한 감귤류의 과일향기인 시트러스 계열, 신선한 허브 향기가 나는 라벤더·레몬그라스·로즈메리 등 허브 계열, 라즈베리·복숭아·사과 등 시트러스 계열을 제외한 모든 과일 향기를 뜻하는 프루티 계열로 크게 구분할 수 있어요. 톱 노트는 향수의 첫인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상큼하고 발랄한 향을 주로 쓰죠.

향수는 발향 순서에 따라 맨 처음 느껴지는 향인 톱 노트, 중간 단계를 이루는 향인 미들 노트, 오랫동안 지속 되는 향인 베이스 노트로 나뉜다.

향수는 발향 순서에 따라 맨 처음 느껴지는 향인 톱 노트, 중간 단계를 이루는 향인 미들 노트, 오랫동안 지속 되는 향인 베이스 노트로 나뉜다.

미들 노트 계열의 향은 2~3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향을 맡았을 때 부드럽고 감정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장미·재스민·라일락 등 꽃향기를 뜻하는 플로럴 계열, 그린티·버베나 등 나무의 잎사귀나 풀이 연상되는 향인 그린 계열, 가든레인 등 축축하게 젖은 나무 이끼향과 흙 내음이 떠오르는 모시 계열을 많이 쓰죠.

베이스 노트 계열의 향은 향수를 뿌린 뒤 2시간 이후부터 존재감을 발산하는데,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게 특징이죠. 화이트솝·퓨어솝 등 비누 향이나 합성 향료인 알데이드향과 닮은 알데히드 계열, 시나몬·생강 등 맵고 따뜻한 느낌의 스파이스 계열, 베티베르·샌들우드·시더우드 등 나무껍질이나 목재의 향기와 닮은 우디 계열, 엠버·머스크 등 동물성 향료가 모티브인 애니멀 계열 등을 사용해요. 이처럼 각각의 오일의 특성을 파악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좀 더 수월하게 조합할 수 있죠.

향수를 조향할 때는 가장 먼저 나는 향인 톱 노트용 향료를 다른 향료보다 더 많이 넣는다.

향수를 조향할 때는 가장 먼저 나는 향인 톱 노트용 향료를 다른 향료보다 더 많이 넣는다.

향수는 향과 알코올의 조합 비율에 따라 퍼퓸(Perfume), 오 드 퍼퓸(Eau de perfume), 오 드 트왈렛(Eau de toilette),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 등으로 구분해요. 퍼퓸은 전체 향수 용액에서 향이 나는 오일의 비중이 15~30% 정도 되는 것으로, 한 번 뿌리면 5~7 시간 정도 지속돼요. 오 드 퍼퓸은 오일의 농도가 10~15% 정도로, 4~5시간 정도 지속돼요. 오 드 트왈렛은 오일의 농도가 5~10% 정도로, 3~4시간 정도 지속되죠. 오 드 콜로뉴는 오일의 농도가 3~5% 정도이며, 1~2시간 정도 지속돼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 드 퍼퓸 농도에 해당하는 섬유향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섬유향수병을 소독해야죠. 소량의 에탄올을 향수병에 넣은 뒤, 잘 헹굽니다. 이후 향수병의 입구가 바닥으로 오도록 엎어서 말려주세요.

저울로 오일을 계량해 원하는 농도로 맞춘 뒤, 수용성 색소까지 섞어주면 섬유향수가 완성된다.

저울로 오일을 계량해 원하는 농도로 맞춘 뒤, 수용성 색소까지 섞어주면 섬유향수가 완성된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12개의 오일을 시향할 거예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향기 2~3개를 골라주세요. 특정 오일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시향지로 먼저 테스트하는 것 잊지 마세요." 채 대표가 시향지를 손에 들고 말했어요. 신중한 고민 끝에 도경 학생기자는 시원한 꽃향의 화이트 재스민 민트· 섬유 유연제 향기와 닮은 클린코튼을, 윤서 학생기자는 바닷가가 연상되는 아쿠아·클린코튼· 일반 나무 향보다 더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의 비자나무를 선택했어요.

30ml의 섬유향수를 만들려면 약 22g의 향수 베이스에 4~4.5g의 오일을 첨가해야 해요. 비율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저울이 필수죠. 채 대표가 전자저울 위에 비커를 올리고 영점 버튼을 누르자 비커의 무게를 제외한 무게 측정이 시작됐어요. 먼저 윤서 학생기자가 비커 안에 향수 베이스 22g을 넣었어요. "선택한 3가지 오일 중 비교적 가벼운 향을 톱 노트로 삼아서 2g, 나머지 향을 각각 1~1.5g씩 넣어주세요." 설명에 따라 윤서 학생기자가 스포이트로 아쿠아 2g, 클린코튼 1.5g, 비자나무 1g을 비커에 넣었죠. 그러면 아쿠아가 톱 노트, 클린코튼이 미들 노트, 비자나무가 베이스 노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향을 조합하는 행위를 조향(調香)이라 해요.

특정 오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향 전 시향지로 몸의 반응을 테스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정 오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향 전 시향지로 몸의 반응을 테스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뒤이어 도경 학생기자도 조향을 시작했어요. "도경 학생기자는 2가지 향을 선택했기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향인 화이트 재스민 민트 3g, 클린코튼 1g을 넣으면 돼요. 톱 노트는 화이트 재스민 민트이고, 클린코튼은 여러 가지 향을 섞어서 만든 오일이기 때문에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의 역할을 동시에 해줄 거예요." 향수 베이스와 오일은 처음에는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잘 저어줘야 해요. "여기에 베르가모트를 약간 첨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채 대표의 제안에 도경 학생기자가 베르가모트를 0.5g 정도 더 추가했어요.

이렇게 만든 향수는 수용성 색소를 넣어 아름다운 빛깔을 입혀줄 거예요. 도경 학생기자는 하늘색, 윤서 학생기자는 연두색 색소를 넣기로 했죠. "지금 사용하는 색소는 액체에 잘 섞이는 수용성이라 섬유향수나 비누를 만들 때 많이 써요." 유리 막대 끝으로 소량의 색소를 한 방울 찍어서 향수에 섞던 채 대표가 설명했어요.

섬유향수는 옷이나 커튼, 침구 등 패브릭 소재에 뿌리는 방향제로, 생활화학제품에 해당한다.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일반적인 향수와는 구분된다.

섬유향수는 옷이나 커튼, 침구 등 패브릭 소재에 뿌리는 방향제로, 생활화학제품에 해당한다.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일반적인 향수와는 구분된다.

완성된 섬유향수는 시향지에 뿌려 어떤 향이 탄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화이트 재스민 민트·클린코튼·베르가모트 오일을 넣어 만든 푸른빛이 도는 향수를 시향한 도경 학생기자든 "바닷가에 온 것 같아요"라는 소감을 말했어요. 아쿠아·클린코튼·비자나무 오일을 넣어 만든 연둣빛이 도는 향수 냄새를 맡던 윤서 학생기자는 "숲속에 온 것 같아요"라는 평을 했죠. 이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섬유향수가 탄생했어요.

"섬유향수는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뒤 쓰는 걸 추천해요. 지금 바로 사용하면 알코올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나거든요. 그리고 햇빛이 들지 않고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는 게 좋아요. 유효 기간은 제조일로부터 12개월 정도인데,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면 기름 냄새가 강해져요. 그럴 때는 그냥 버리지 말고 바닥이나 화장실을 청소할 때 뿌리거나 빨래할 때 섬유 유연제처럼 쓰면 좋아요."

자신의 취향에 맞춰 향료를 배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기를 조향할 수 있는 게 섬유향수 만들기의 매력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향료를 배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기를 조향할 수 있는 게 섬유향수 만들기의 매력이다.

완성된 섬유향수는 옷이나 커튼, 침구 등 패브릭 소재에 뿌리면 되는데요. 아침에 환기할 때 뿌려두면 좀 더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죠. 이외에도 실크 플라워 박스를 만들어 그 위에 뿌려도 좋아요. 보기에도 아름답고 향기도 좋은 향수 보관함이 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플라워 박스도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채 대표가 장미·국화 등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실크 플라워와 종이상자, 상자를 덮을 투명 플라스틱 덮개, 두꺼운 스티로폼 등을 테이블에 놨죠. "꽃 봉오리가 큰 실크 플라워의 줄기를 잘라서 스티로폼에 몇 개 꽂아주세요. 그 주변에 작은 꽃을 꽂으면 돼요. 중앙에는 향수를 넣어야 하니 빈 공간을 조금 만들어주고요."

채 대표의 말에 따라 열심히 박스를 실크 플라워로 장식하다 보니 어느새 꽃이 풍성하게 담긴 상자가 탄생했죠. 그 안에 라벨을 붙인 향수를 넣고, 박스 뒤에 안전 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스티커를 붙이면 나만의 섬유향수를 담은 플라워 박스 완성. 실크 플라워 위에 섬유향수를 뿌리면 향기로운 향수 보관함이 된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채인숙 대표와 함께 만든 향수를 보관하는 실크 플라워 박스. 취향에 따라 드라이 플라워를 사용해도 된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채인숙 대표와 함께 만든 향수를 보관하는 실크 플라워 박스. 취향에 따라 드라이 플라워를 사용해도 된다.

안전 인증을 받은 재료를 사용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만든 섬유향수라면 선물도 가능해요. 우중충한 장마철 날씨에 울적해하지 말고 나만의 향기로 집 안 분위기를 확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원래도 DIY를 좋아했는데, 향수 패키지를 만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즐거웠어요. 공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은은하고 포근한 향이 절 맞아줬죠. 저는 윤서 학생기자와 함께 오 드 퍼퓸 농도의 섬유 향수를 만들었어요. 향수는 베이스와 여러 오일을 섞어 조향하는데, 오일을 많이 넣을수록 향이 진해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진다고 해요. 여러 오일 중 베르가모트, 화이트 재스민 민트, 클린 코튼, 비자나무가 기억이 나요. 향수병을 소독한 뒤 제가 원하는 향을 넣어 섬유향수를 만들었고, 플라워 박스도 꾸몄죠. 향수의 색과 느낌에 어울리는 실크 플라워를 고르고, 박스 안 스티로폼에 꽂아서 꾸미는 방식이었어요. 꽃이 혹시 잘못 꽂히거나, 빠질까 봐 조심히 신중하게 꽂았어요. 그리고 완성된 플라워 박스를 보니 정말 뿌듯했어요. 이 기사를 본 소중 독자 여러분도 잠깐 시간을 내서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즐거운 경험으로 남을 수 있고, 여러분의 적성과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김도경(인천 경명초 6) 학생기자

이전부터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었어요. 향과 관련된 만들기는 그중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었죠. 공방의 문을 열자마자 머리가 맑아지는 좋은 향기가 맞이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채인숙 대표님에게 여러 향을 소개받고, 그 향을 조향하는 과정뿐 아니라 제가 만든 향수를 장식할 수 있어서 정말 알찬 시간이었어요. 채 대표님이 정말 섬세하게 가르쳐 주셔서 더욱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직접 만든 향수라 그런지 쓰기가 너무 아까웠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목윤서(서울 고현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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