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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미 '쌍룡훈련' 5년만에 부활…北 민감한 공세적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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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ㆍ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Ssang Yong Exercise)’이 내년 봄 부활한다.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의 일환이며,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첫 대규모 연합 야외 기동훈련이 될 전망이라고 복수의 군 소식통이 지난달 31일 전했다.

한ㆍ미 해병대가 주축이 돼 강습상륙함, 상륙돌격장갑차, 수직이착륙기와 상륙기동헬기 등 각종 장비와 연대급 이상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는 쌍룡훈련은 지난 2018년 훈련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상륙훈련은 방어가 아닌 공세적 성격인 만큼 북한이 크게 민감해 하는 연합훈련이다.

쌍룡훈련은 경북 포항 해안 등에서 지난 2012년부터 격년으로 실시됐으나, 2018년 훈련을 끝으로 중단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내년 봄 쌍룡훈련 부활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봄에 실시된 쌍룡훈련 당시 모습. [사진 미 해병대]

쌍룡훈련은 경북 포항 해안 등에서 지난 2012년부터 격년으로 실시됐으나, 2018년 훈련을 끝으로 중단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내년 봄 쌍룡훈련 부활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봄에 실시된 쌍룡훈련 당시 모습. [사진 미 해병대]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부터 중단된 연대급 이상 대규모 연합 야외 기동훈련의 재개를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연합훈련 확대와 외교ㆍ국방 차관급 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이 핵심 의제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국 장관이) 내년부터 연합연습 기간과 연계해 규모를 확대한 연합 실기동훈련을 적극 시행하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연합항모강습단훈련과 연합상륙훈련 등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대규모 연합훈련은 연중 훈련 계획이 빽빽하게 짜인 미군의 증원전력 사정 때문에 사전에 시간을 두고 준비했어야 하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현재로선 다음 달에 하는 올 후반기 연합연습(8월 22일~9월1일)에서도 연대급 이상 훈련은 계획돼 있지 않다.

'국방백서'서 사라진 훈련

반면 내년 3~4월 실시를 목표로 계획을 짜고 있는 쌍룡훈련은 다르다. 실훈련까지 여덟 달 가까이 남아 있어 훈련 규모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시기나 규모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아니다”면서도 “쌍룡훈련 실시를 위해 한ㆍ미 해병대 실무진이 지속해서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병대원들이 M777A2 155㎜ 곡사포를 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지난 2016년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병대원들이 M777A2 155㎜ 곡사포를 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한ㆍ미 양군은 지난 2012년 첫 쌍룡훈련 실시 이래 짝수년에 열리는 대규모 훈련에만 공식적으로 쌍룡훈련이란 명칭을 썼다. 홀수년에는 ‘연합합동상륙훈련’이란 이름으로 소규모 연합훈련을 해 왔다.

군 소식통은 “짝수년에 파견되는 미 해병대 병력과 장비는 홀수년과 비교해 통상 2배 이상이었다”며 “격년으로 쌍룡훈련을 가질 때마다 점차 규모가 커져 2016년에는 사단급 병력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런 쌍룡훈련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지난 2019년 3월 2일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한ㆍ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ㆍ독수리훈련(FE)과 함께 쌍룡훈련을 중단하면서 “연대급 이상 대규모 훈련은 양국 군이 단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6년 쌍룡훈련에서 미 해병대의 다목적 수직이착륙기인 MV-22 오스프리가 화력 장비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지난 2016년 쌍룡훈련에서 미 해병대의 다목적 수직이착륙기인 MV-22 오스프리가 화력 장비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해병대도 이후 ‘여단급 합동상륙훈련’이란 명칭으로 한국군 단독 훈련을 실시했다. 이전까지 국방백서(격년 발간)에 담겨 있던 쌍룡훈련에 대한 내용도 ‘2020 국방백서’에선 사라졌다.  

군 소식통은 “2019년부터 쌍룡훈련이 중단된 이후 짝수년, 홀수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이제 군 당국은 내년을 기점으로 격년제 대규모 훈련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이 두려워하는 공세적 훈련" 

또 다른 소식통은 “해병대는 가능한 한 최대 규모로 참가할 태세인데, 미군이 얼마나 보낼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쌍룡훈련 부활을 고대하는 분위기”라며 “한국군 해병대 병력(2만9000여명)은 전 세계에서 미 해병대(17만8500여명) 다음으로 많고, 쌍룡훈련의 주 무대인 포항 해안은 상륙훈련에 최적화된 장소여서 그간 연합훈련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복서함이 항행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지난 2016년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복서함이 항행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지난 2016년 훈련 당시엔 미 해군의 상륙강습함 2척(본험 리처드함, 복서함)과 해군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등 함정 30여척이 참여했다. 또 호주군(100여명)과 뉴질랜드군(60여명)도 참가해 다국간 연합훈련 성격도 띠었다. 당시 뉴질랜드군 40여명은 독도함에 승선해 미 해병대의 다목적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를 타고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쌍룡훈련이 부활하면 북한이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부연구위원은 “노르망디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 등 세계 전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적 후방에서 허를 찌르는 상륙작전은 매우 공세적인 작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군 단독 자산으로만 상륙훈련을 진행하다 보니 해병대가 전략기동부대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쌍룡훈련 부활은 여러모로 북한 입장에서 아주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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