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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스마트 공정’ 핵심 MES 도입했다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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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포스코가 도입한 MES(생산관리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시연 장면.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도입한 MES(생산관리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시연 장면. [사진 포스코]

대법원이 지난달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협력업체 직원 59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포스코가 직접 고용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산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포스코가 직간접적으로 지시·명령했기 때문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며 “파견법에 따라 근무 기간 2년이 넘었으므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앞서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공정 일부를 해당 업체에 도급했다. 원청은 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는 지휘 또는 업무지시를 할 수 있지만, 도급업체 근로자에게는 지시하면 안 된다. 포스코는 “도급회사 직원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간접적으로라도 지시했으므로 도급이 아닌 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원청업체의 지시 여부를 가른 건 MES(생산관리시스템·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가 결정적이었다. 협력업체 근로자는 “MES에 작업 공정과 위치, 계획과 수행작업 등이 나온다”며 “이는 실질적 지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MES는 생산성 향상과 공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일뿐 지시체계가 아니다”고 맞섰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판결이 나오자 기업·정부는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MES가 스마트 생산 공정의 핵심이어서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도 점차 MES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한데 대법원이 MES 상 공정 관리를 작업 지시로 간주하면서 ‘한국에선 스마트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 도급 자체를 못 하거나, 도급을 하면 인건비 폭탄과 인사 경영상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산업 체계를 1970~90년대로 돌리자는 얘기”라며 “MES와 같은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없이 어떻게 생산을 하고, 글로벌 시장의 요구를 소화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MES는 원료 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수백 개의 복잡한 단위 공정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체계다. 2000년대 들어 일부 대기업에서 활용하다 지금은 자동차·철강·화학·식품 등 다양한 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일터혁신,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팩토리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스마트워크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까지 꾸려 정책 성공의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MES를 지원하며 원청과의 생산공정 공유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제품 생산의 국제표준의 목적으로MES를 요구한다. 이런 글로벌 기준이 대법원 판결로 한국에서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공정의 스마트화는 꼭 필요한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도 “독일·일본 등 대부분이 전 산업 부문에 MES를 쓴다”며 “해외에선 글로벌 표준인 MES를 생산 공정의 공유로 여기지, 불법파견 내지 원청의 감독·지휘 시스템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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