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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걸어가 포장"…배달비 공포에 '포장의 민족'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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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가에서 한 시민이 포장 음식을 들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가에서 한 시민이 포장 음식을 들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 사는 20대 대학생 A씨는 최근 오랜만에 치킨을 시키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가 흠칫 놀랐다. 치킨값이 이전 주문 때보다 더 비싸진 데다가, 배달비도 300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A씨는 "배달 비용이 올라 고민을 거듭했다"면서 "폭염이었지만 결국 집에서 10분 거리의 치킨집까지 걸어가서 치킨 두 마리와 콜라 한 병을 포장해 왔다"고 말했다.
금요일 밤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었다던 직장인 백모(30·경기 안양)씨는 요즘 좀처럼 배달 앱을 켜지 않고 있다. 식비 지출이 커지면서다. 그는 “(배달) 주문을 잘 안 하려고 하는 편”이라며 “배달비가 비싸니까 배달 음식을 점점 줄이고, 되도록 포장 주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에 배달비 인상 등이 겹치며 '배달을 끊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번거롭더라도 직접 매장에 가 음식을 싸 오거나 식사를 하고 오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배달 앱 사용자 수는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주간 사용자 수는 7월 11~17일 안드로이드 기준 약 1410만명으로, 6개월 전인 1월 10~16일(약 1613만명)과 비교해 12.6% 줄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개별 앱과 음식점마다 무료부터 7000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단건 배달(배달원이 한 번에 1건씩만 배달하는 것)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배달비는 점점 비싸지는 추세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지난 3월 수수료 부과 방식을 개편해 현재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기본형)에서 배달 수수료로 건당 6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는 음식점과 소비자가 나눠 내는 구조다. 단건 배달이 기본인 쿠팡이츠는 건당 5400원의 배달 수수료를 받는다.

부활하는 '전화 주문'

 지난달 13일 점심시간 배달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 인근에서 배달 중 잠시 정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점심시간 배달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 인근에서 배달 중 잠시 정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커뮤니티 등에선 배달비에 대한 원성이 줄을 잇고 있다. “물가도 높은데 배달비까지 비싸서 오히려 안 시킨다. 차라리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다”(서울 서초구 지역 맘카페) “배달비가 너무 비싸서 포장만 한다. 앱도 지웠다”(충북 지역 맘카페)는 식이다. 배달비가 싼 음식점만 골라서 주문을 한다는 대학원생 이모(28)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쳐도, 배달비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오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배달 앱이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추가로 도입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화 주문’으로 방향을 트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직장인 B씨(29·서울 종로구)는 최근 자주 시켜 먹던 집 앞 일식집에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앱보다 음식값이 싸고, 1인분도 추가 비용 없이 주문할 수 있어서다. B씨는 “이전에도 배달을 시킬 땐 할인하는 데만 시켰는데, 이젠 전화로 포장만 시킨다”며 “배달비가 너무 아깝다. 사장님도 수수료를 내야 할 테니, 전화로 주문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요기요는 포장 주문 시 중개 수수료로 주문 금액의 12.5%를 가져가고 있으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오는 9월까지 포장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배달 수수료 인상에…자영업 단체 "집단행동"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반찬 전문점에서 시민들이 반찬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반찬 전문점에서 시민들이 반찬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들도 계속된 수수료 인상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등이 연합해 만든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 민상헌 회장은 "조만간 자영업계 차원에서 배달 수수료에 대한 집단 행동에 들어가려 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공공배달 앱 '배달특급'이나 '땡겨요' 등을 사용하면 요식업계 생태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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