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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엔 "뭔 상관" 저소득층 발언엔 "왜곡"…이재명 마이웨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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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시민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시민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30일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강릉에서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지 않나”며 이렇게 주장했다. A씨는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카드 바꿔치기’가 이뤄지기 전에 사용된 개인카드의 명의자였는데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았다가 지난 26일 수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혹마다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공격한 것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바람직하지 않은 악성 주술적 사고”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또 “저학력, 저소득층은 국민의힘을 많이 지지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면 반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부 언론이) 지금도 제 발언 앞뒤를 자르고 왜곡해 공격한다”고 적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10명 중 6명이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다’는 보도도 첨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자신의 '저소득층 국민의힘 지지' 발언에 대해 지난 30일 올린 글. 트위터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자신의 '저소득층 국민의힘 지지' 발언에 대해 지난 30일 올린 글. 트위터 캡처

이어 이 후보는 “초(超)부자, 초대기업 감세 대신 지역화폐, 일자리 예산 같은 서민지원을 축소하는 게 국민의힘 정권”이라며 “(저소득층 중) 일부지만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당을 지지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적었다.

두 가지 논란이 커진 31일 이 후보는 대구 엑스코에서 당원들을 만나 사과나 해명 없이 “당원과 당의 거리가 거의 없는 제대로 된 민주정당이 있어야 한다”고만 말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는 “이 후보는 자신의 말이 호도되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들에게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면이던 지난 2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선 국면이던 지난 2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이런 ‘마이 웨이’ 행보는 당내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86그룹에 속한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저학력, 저소득층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발언은 서민·중산층의 정당이라는 가치를 가진 민주당의 근간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친문재인계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실언이 자칫 하락세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 대표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도 이날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언론을 탓할 것이다. 민주당이 변화하고 혁신해야지, 왜 남한테 탓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엔 “빈자를 향한 혐오”라고 적었다. 강훈식 후보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짜뉴스와는 싸워야 하지만 (이 후보 처럼) 언론 탓을 하는 관점을 가진 것은 잘못된 습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오른쪽)는 지난 29일 춘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왼쪽은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 유튜브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오른쪽)는 지난 29일 춘천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왼쪽은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 유튜브캡처

이 후보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박 후보, 강 후보의 ‘반이재명’ 단일화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9일 “대구·경북·강원 온라인 당원 투표가 시작되는 8월 3일 이전에 단일화를 하자”고 강 후보에 제의했다.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 첫 투표 전 단일화를 하자는 취지다.

두 사람은 30일 만찬을 함께하며 단일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만찬 이후 두 사람은 “시기와 방식은 더 논의하기로 했다. 단일화가 될 때까지는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원칙적인 합의는 하되, 일단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1강' 이재명 후보와 함께 민주당 대표를 놓고 경쟁하는 강훈식 후보(왼쪽)와 박용진 후보. 연합뉴스

'1강' 이재명 후보와 함께 민주당 대표를 놓고 경쟁하는 강훈식 후보(왼쪽)와 박용진 후보. 연합뉴스

현재로선 8월 3일 이전 단일화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두 후보의 장·단점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박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우위에 있고, 충청권 및 86그룹의 지지를 받는 강 후보는 조직 면에서 박 후보보다 앞서있다는 평가가 많다. 두 사람은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도 “강공”(박 후보), “신중”(강 후보)으로 서로 입장이 다르다.

박 후보 측 인사는 “일단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은 안된다는 게 공통된 기류여서 언젠가는 단일화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강 후보 측 인사는 “단일화 여부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미래비전 등을 좀 더 살펴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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