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투수 '빅3' 마지막 쇼케이스…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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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고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가 1일 서울 목동구장과 신월야구공원에서 막을 올린다. 1967년 4월 2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시작된 대통령배 대회는 이후 반세기 넘는 역사를 쌓아 올리면서 역사와 전통을 갖춘 고교야구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선동열, 추신수, 김경문, 김동수, 박용택, 강백호 등 프로야구의 걸출한 스타들이 대통령배를 거쳐갔다.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교고야구대회에서 31년만에 우승한 충암고 선수들이 이영복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교고야구대회에서 31년만에 우승한 충암고 선수들이 이영복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올해 대통령배 대회는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의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KBO리그 신인 1차 지명이 사라지고, 연고지와 무관하게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전면 드래프트(9월 15일)가 10년 만에 부활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배 대회는 드래프트 참가 신청 마감(16일) 전 열리는 마지막 전국 대회다. 참가 자격도 전년도 우승 팀(충암고)과 주말리그 후반기 권역별 1~3위 팀으로 바뀌어 야구 명문고가 대거 출전한다. A 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선수는 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다르다. 여름이 지나면서 구속과 기량이 급속도로 좋아지는 선수들도 있다"며 "1라운드 선수가 기존 1차 지명 선수와 같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특급 투수 유망주들의 경연장이다. 덕수고 3학년 심준석과 서울고 3학년 김서현이 쌍두마차다. 이들은 고교 1~2학년 때부터 KBO리그 구단들뿐 아니라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았다.

심준석은 MLB 최고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대리인 계약을 마친 상황이라 대회 이후의 선택에 더 시선이 쏠린다. 최근 전국대회에서 최고 시속 157㎞를 찍으면서 '고교에서 가장 공이 빠른 선수'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다만 지난해 말 부상으로 고생하다 복귀한 뒤로는 제구가 불안정해 애를 먹고 있다. 9월 열리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겪었다.

그럼에도 심준석을 향한 감탄과 기대의 시선은 여전하다. 범접하기 힘든 구속과 키 1m 94㎝·체중 103㎏의 당당한 체격은 투수에게 하늘이 내린 자산이다. 대통령배 대회는 슬럼프로 고생하고 있는 심준석이 시련을 극복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서현은 심준석 못지않게 빠른 공을 던지는 초고교급 투수다. 올해 최고 구속이 시속 155.7㎞까지 나왔고, 직구 평균 구속도 꾸준히 시속 150㎞를 웃돌고 있다. 투심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해 대통령배 대회는 서울이 아닌 충남 천안과 공주에서 열렸는데도 당시 2학년이던 김서현을 보러 MLB 스카우트가 지방까지 찾아왔을 정도다.

심준석과 달리 김서현은 일찌감치 "KBO리그에서 먼저 성공한 뒤 MLB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안에 구속을 시속 157㎞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KBO리그 대표 레전드 중 한 명인 고(故) 최동원처럼 금테 안경을 쓰고 힘차게 공을 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교고야구대회에서 31년만에 우승한 충암고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교고야구대회에서 31년만에 우승한 충암고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영철은 지난해 대통령배 우승팀인 충암고의 에이스다. 심준석, 김서현과 함께 올해 고교야구 투수 '빅 3'로 꼽힌다. 셋 중 유일한 좌완이라 왼손 투수 중에서는 단연 1순위 유망주다. 구속은 최고 시속 145㎞로 둘에 못 미치지만, 고교야구 선수로는 충분히 톱클래스다. 프로에 입단한 뒤 구속이 더 올라올 여지도 남아 있다. 특히 윤영철은 최근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준석과 김서현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윤영철의 가장 큰 장점은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이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최적화돼 있다. 변화구 제구 능력이 수준급이라 볼넷도 거의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은 고교 수준을 능가하고도 남는다"고 평가했다. 그가 전국대회에서 숱한 강호들을 상대로 무실점 릴레이를 펼친 비결이다. 졸업을 앞둔 윤영철은 대통령배에서도 충암고 마운드의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대회 2연패를 향한 선봉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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