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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佛 발레단 장벽 허문 줄리엣…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은 황홀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 동양인 첫 에투알(Étoile·수석무용수)에 오른 박세은(33)의 고국 무대는 섬세하고 황홀했다. 지난 28·29일 이틀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에서 박세은은 사랑에 빠진 줄리엣이 되어 우아한 프랑스 발레의 진수를 선보였다.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 입단 10년만인 지난해 6월 바로 이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직후 에투알에 지명됐다. 전세계 발레단 중 최고령인 이 발레단의 350여년 역사상 동양인 에투알은 그가 처음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박세은과 도로테 질베르, 발랑틴 콜라상트 등 5명의 에투알을 포함해 총 10명의 주역급 무용수가 참여한 이번 내한 갈라는 한 세대를 풍미한 안무가들의 작품 중 기술적으로 정교한 고전, 실험적인 현대 작품을 두루 골라 총 10편의 명장면을 1·2부로 나눠 공연했다.
그 피날레를 박세은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Pas de deux‧2인무)가 장식했다. 러시아 출신의 전설적 무용수이자,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루돌프 누레예프의 화려하면서도 응축된 안무가 도드라진 무대다. 줄리엣과 로미오의 아슬아슬한 밀회를 60번의 점프, 22번의 리프트, 5번의 키스 등으로 빠르게 그려낸다. 정식 공연 전날인 27일 프레스 리허설로 만난 박세은은 로미오 역의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심장 박동에 맞춘 듯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는 애틋한 몸짓으로 보는 이의 심장까지 뛰게 했다.
이에 앞서 두 사람은 1부 마지막 순서인 ‘인 더 나이트’ 무대도 함께 올랐다. 제목처럼 한밤중 파티장에서 빠져나온 세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뉴욕시티발레단 안무가 제롬 로빈스가 쇼팽의 ‘녹턴’ 라이브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안무했다. 박세은은 막 사랑에 빠진 첫 번째 커플을 맡아 무대 위로 사뿐히 날아올랐다. 밤하늘에 은하수를 그리듯 꿈결 같은 무대였다. 박세은의 호소력 짙은 표정 연기, 세밀한 감정 표현이 돋보였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 박세은 #28·29일 롯데콘서트홀서 내한 갈라 공연 #350여년간 최초 동양인 에투알 지명 #발판 된 '로미오와 줄리엣' "우아·정교"

동양인 최초 박세은, 콧대 높은 佛 발레 장벽 허문 비결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인 더 나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인 더 나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인 더 나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인 더 나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인 더 나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이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에투알 폴 마르크와 함께 '인 더 나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1999년 한국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서 고전발레를 시작해 2006년 잭슨 콩쿠르 주니어부 은메달, 2007년 로잔 콩쿠르 그랑프리, 2010년 바르나 콩쿠르 우승 등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려온 박세은은 빼어난 기교 이상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리 오페라 발레학교 출신이 주를 이루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장벽을 더 깊어진 표현으로 허물었다. 장인주 무용 평론가는 “프랑스 발레는 우아하면서도 디테일이 중요하다”면서 “유일한 동양인 박세은이 튀지 않고 잘 섞였다. 실력을 갈고닦은 게 보였다”고 호평했다.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세은은 “어려운 테크닉을 쉽게 풀어서 관객들에게 우아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프랑스 발레”라면서 “프랑스에서 10년간 꾸준히 연습해서 인정받기 시작하고 내 춤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내가 이 스타일을 배워가고 있구나. 내가 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고 기뻤다”고 했다. “갈라를 오래 꿈꿔왔는데 드디어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다 같이 프랑스에서 와서 무대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무용수 박세은이 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용덕관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기자간담회에 무용수 폴 마르크, 발레 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와 함께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무용수 박세은이 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용덕관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기자간담회에 무용수 폴 마르크, 발레 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와 함께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지금껏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1993년 세종문화회관 ‘지젤’ 공연이 유일할 정도로 드물었다. 이번 갈라가 향후 내한 공연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박세은이 에투알 승급 후 맞은 2021/22 시즌에서 염원해온 ‘지젤’ 데뷔 무대, ‘돈키호테’ 등 굵직한 작품으로 활약한 것도 기대감을 높인다. 장인주 평론가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팬층이 두터운 일본에선 꾸준히 공연을 해왔지만 한국에선 자주 볼 수 없었다”면서 “이번에 무용수들이 대거 내한 갈라를 한 것은 ‘에투알 박세은의 나라’여서 가능했다. 박세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든지 그 진가를 볼 수 있는 전막 발레도 갖고 오지 않을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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