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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낚시갔는데 지뢰 터졌다..法 "北지뢰라도 국가가 배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20년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 한 포구에서 해병대 2사단 대원들이 지뢰 탐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 한 포구에서 해병대 2사단 대원들이 지뢰 탐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낚시를 갔다가 유실된 북한군 지뢰가 터지면서 상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70대 남성 A씨와 배우자,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2020년 7월 A씨는 김포대교 북단 부근에서 낚시를 준비하며 의자를 땅에 놓던 중, 유실된 지뢰를 건드려 지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심장 손상으로 가슴에 피가 고이는 혈흉 및 혈심낭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와 가족들은 "이 지뢰를 국군이 매설했다"고 보고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군용 폭발물이 유실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정 결과, A씨가 건드린 지뢰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PMN-1 대인지뢰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재판부는 북한군 지뢰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뢰 설치 주체와는 상관없이 국민의 신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에도 이 지역에서는 국군이 사용하는 대인 지뢰가 두 차례 더 발견됐는데, 아무런 경계표지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또 "지뢰가 폭발할 수 있다고 예견됐는데도, 군인과 공무원들이 지뢰 수색과 제거를 하지 않은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70% 인정해, A씨와 가족들에게 위자료와 배상금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이 낚시 금지구역이고, 하천 정비사업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는데도 A씨가 들어간 점을 고려해 금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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