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억 쏟는 849㎞ 명품 숲길…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생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30 05:00

업데이트 2022.07.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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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른다. 총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이 순례길이다.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 티아고다.

산림청, 2026년까지 동서트레일 등 조성 

한국에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길이 생긴다. 산림청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조성하기로 한 길이 849㎞의 ‘동서트레일’이 그것이다. 이 길은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경북 울진을 잇는다. 기존 여러 산책길을 잇고, 일부 산책길은 새로 만든다. 동서트레일 조성에는 총 604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국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품 숲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서트레일은 대부분 숲길이며 일부 구간은 하천변길 등을 연결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적인 소나무인 울진 금강송길과 태안 안면도 안면송길,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 소나무길 등을 연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트레일에는 흥선대원군 부친인 남연군묘 등 문화재도 자리 잡고 있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은 발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숲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은 발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숲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6일 동서트레일 가운데 한 곳인 속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솔향공원을 출발해 말티재 정상과 장재저수지를 거쳐 행궁터까지 4㎞ 구간을 걸었다. 발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나무 사시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동행한 최영미 숲길 등산지도사는 “속리산 둘레길을 찾는 관광객을 인솔해 숲속을 오가는 자기 일이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속리산 둘레길 보은구간, 한여름에도 인기 

속리산(俗離山)은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관광객들은 속리산 둘레길을 “속세의 경계에서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속리산 둘레길은 속리산 일원 보은·괴산 구간과 경북 문경·상주구간으로 나뉜다. 보은·괴산 135.5㎞ 구간은 2013년 사업을 시작해 2016년 조성을 마쳤다. 보은구간은 63.5㎞로 구병산 넘는 길과 말티재 넘는 길 등 5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에서서는 열두번이나 굽어진 인상적인 굽잇길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에서서는 열두번이나 굽어진 인상적인 굽잇길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동서트레일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닮은 점이 있다. 우선 총 길이가 800㎞대로 거의 비슷하다. 또 동서트레일에도 순례길이 있다. 충남 서산 해미 천주교 순례길과 당진 버그내 순례길 등이다.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순례길은 한티고개부터 해미순교성지까지 11.3㎞ 구간이다. 이길은 1800년대 수천 명의 천주교 순교자들이 압송됐던 경로다. 당시 순교한 신자 2000여명 중 132명은 이름이나 세례명이 기록으로 남아 있으나 나머지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동서트레일, 솔뫼성지 등 다양한 볼거리 

당진 버그내 순례길은 우리나라 첫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지인 솔뫼성지를 출발한다. 천주교 박해기 신자들 만남의 공간이었던 버그내 시장과 합덕성당, 조선시대 3대 방죽 중 하나인 합덕제를 지나 무명 순교자 묘역을 거쳐 신리성지까지 가는 13.3㎞ 코스다. 산림청은 이들 순례길과 예산 고덕성당, 아산 공세리성당 등도 연결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충남에 있는 천주교 성지 등을 하나로 이어 동서트레일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서트레일 출발점으로 소나무숲이 우거진 충남 태안의 안면도 자연휴양림. [연합뉴스]

동서트레일 출발점으로 소나무숲이 우거진 충남 태안의 안면도 자연휴양림. [연합뉴스]

동서트레일 출발과 끝나는 지점에 국내 대표적인 소나무숲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안면도 일대는 고려 시대부터 왕실에서 특별관리해온 소나무숲이 있다. 또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휴양림도 있다. 이와함께 울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금강송 군락지가 있다. ‘금강산소나무’란 뜻의 금강송은 경북 울진 등지에서 자라는 곧은 소나무를 지칭한다. 궁궐을 짓는 데 사용하던 전통적인 고급 목재다. 2274㏊ 규모인 금강송 군락지엔 수령 200년이 넘는 나무만 8만여 그루가 우거져 있다.

안면도부터 울진까지 울창한 소나무숲길

금강소나무숲길은 옛 보부상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울진에서 봉화로 갈 때 넘던 십이령길을 따라 만들어졌다. 이 숲길은 금강송 보호를 위해 예약을 통한 해설사 동행 탐방만 가능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5.3km 길이 코스인 ‘가족 탐방로’로 약 3시간이 걸린다. 500년 수령의 소나무와 길게 뻗은 모습이 잘생긴 ‘미인송’ 등이 볼거리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에서서는 열두번이나 굽어진 인상적인 굽잇길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에서서는 열두번이나 굽어진 인상적인 굽잇길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동서트레일과 별도로 산림청은 숲길 2만㎞(5만리 길)를 조성한다. 산림청은 동서트레일 조성과 함께 이후 국가 숲길을 15곳으로 늘리고 전국의 숲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난이도에 따라 숲길을 5등급으로 구분해 국민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숲길 난이도는 경사도, 노면 상태, 노면 폭, 구간 거리 등 보행 편의성에 따라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등으로 구분한다.

난이도 따라 숲길 5등급 구분, 건강상태 맞춰 이용 

또 일반도로와 100대 명산, 다른 기관 지정 숲길을 잇는 전국 숲길 연결망을 구축하고 숲길관리원 1500명도 배치한다. 숲길을 따라 산촌 거점 마을 107곳, 마을 기업 8곳을 육성하고 구간마다 소규모 야영장 143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은 발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숲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에 조성된 '말티재 넘는 길'은 발걸음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숲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숲길을 연결하는 구간이 훼손됐으면 나무를 심어 새로운 숲을 조성하고, 숲길이 부족한 도시지역에는 숲길을 만들어 건강과 풍요로움을 더할 예정이다.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일대에서 평화의 숲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환경·사회·투명 경영(ESG)으로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숲길 조성·관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

산림청 “국민과 지역이 행복해지는 숲길 만들 것”

동서트레일 시범 구간인 울진군 망양정∼중섬교 간 15.7㎞에는 올해부터 ESG 연계 숲길을 조성한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악구조대(12개 구조대 49명), 대한산악구조협회(17개 지부 700명)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2차 숲길 조성 계획이 마무리되면 연간 이용객 수가 300만명으로 늘어나고 348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산림청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등산지도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상판안내센터 최영미 등산지도사]

최근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등산지도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상판안내센터 최영미 등산지도사]

산림청 임하수 산림복지국장은 “숲길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과 즐거운 삶의 가치라는 비전으로 새로운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며 “2차 숲길 조성으로 국민이 함께 행복해지는 숲속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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