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억울합니다"…찍히면 발칵, 대통령도 못피한 '문자 잔혹사'

중앙일보

입력 2022.07.30 05:00

업데이트 2022.07.30 11:54

정치인의 메시지는 대부분 정제된 상태로 대중에게 전달된다. 기자회견이나 백 브리핑,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접 글을 올리는 정치인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인의 속내가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개되기도 한다. 국회 본회의장 등에서 특정 정치인의 휴대폰 화면이나 문자 메시지가 사진기자 카메라에 포착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 대표나 대선 주자, 특정 이슈에 연루된 정치인이 단골 포착 대상이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의 휴대전화가 국회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직무가 정지된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27일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 노출이 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김재원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뉴시스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김재원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뉴시스

정치인의 문자 메시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당 김무성 의원에게 보낸 문자가 화제가 됐다. 당시 김무성 의원의 비공개회의 발언을 누설한 것으로 오해받았던 김재원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형님 억울합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라며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적었다.

2016년 11월 11일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긴급현안질의'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메세지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1월 11일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긴급현안질의'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메세지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1월 11일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나눈 문자메시지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당시 박 위원장이 “대표 그만두고 청와대에 들어가 비서나 하라”고 이 대표를 비판하자 이 대표가 서운함을 표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 대표는 문자에서 “정현이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것 아시죠”라며 “비서 소리 이제 그만해달라. 인내심의 한계를 넘으려고 한다. 아무리 아래지만 공당의 수당인데 견디기 힘들어진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이 “잘 이해하고, 알았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답문을 보냈다.

2020년 1월 9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월 9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월 9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겨냥해 “그냥 둘 수 없다”라고 하거나 “지휘·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 놓으라”고 법무부 간부에게 지시하는 문자가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윤 총장이 ‘항명’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추 장관이 의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내보인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2020년 9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이 다음 포탈사이트 메인에 바로 반영되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세요'의 문구를 적고 있다. 뉴시스

2020년 9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이 다음 포탈사이트 메인에 바로 반영되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세요'의 문구를 적고 있다. 뉴시스

2020년 9월 8일에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곤욕을 치렀다.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뉴스로 뜨자 윤 의원이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보좌진에게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의원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 사임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고, 윤 의원은 “여야 대표 연설의 포털 노출 과정의 형평성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문자 메시지 소동이 벌어지자 정치권에는 경계령이 떨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되도록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고, 부득이하게 사용하더라도 문자메시지는 자제하자는 당부를 의원들에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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