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파일] 방치된 위헌·헌법불합치 48개 법률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30 00:26

업데이트 2022.07.3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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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호 31면

김나윤 정치부문 기자

김나윤 정치부문 기자

지난 21일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에 대해 적법절차성을 문제 삼는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끈다.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내면서다. 그동안 시민단체들과 수사기관은 통신 조회 사후 통보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대립각을 세웠다. 인권 침해 주장과 수사의 밀행성 의견 사이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헌재가 내년 12월 31일까지 보완 입법을 주문한 만큼 그동안 법률 개정에 난색을 보인 국회도 더는 관련법 개정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련 개정안은 11건(국민의힘이 7건, 더불어민주당이 4건)이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당사자에게 통지할 시점이다.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즉시 통보부터 10일 또는 30일 이내, 국가 안전·수사방해·생명 등에 중대한 위험 우려 등이 있을 땐 최대 3~6개월까지 사후 통지 유예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양한 시점이 거론된 것으로 보아 여야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를 방문해 소속 의원들의 민생 법안 의결을 독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를 방문해 소속 의원들의 민생 법안 의결을 독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부인 국회가 당장 대체 마련해야 할 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헌재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현재 개정 대기 상태인 법령은 전기통신사업법을 포함해 총 48건. 공안사건의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부터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한 ‘윤창호법(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 진술을 증거로 인정한 성폭력처벌법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보지 않겠다는 움직임과 달리 우리나라의 형법상 낙태죄는 2019년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3년째 국회에서 실질적 개정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약사법의 경우 2002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의견 후 20년 동안 국회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주요 법안들의 입법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모습만 보면 국회는 그야말로 쉼 없이 일해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는 제대로 일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 지난 22일 여야가 21대 국회 전반기 임기가 끝나고 국회 공백 상황이 된 지 53일 만에 후반기 원 구성에 합의하며 국회는 힘겹게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법안을 논의할 각 상임위는 이제 상견례를 마친 상태다. 교육위, 예산결산특별위 등은 첫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미미하게나마 국민의 살림살이를 개선하고자 꾸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민생특위)가 29일 유류세 인하 폭을 늘리고 직장인 식대의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법안을 의결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특위 활동 기간이 석 달 남짓밖에 남질 않았고 처리 법안 대부분이 세법에 한정돼 있다. 국민이 국회의 ‘열일(열심히 일한다)’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전체 법안 처리율은 현재 기준 29.4%(4776건)에 그쳤다. 이러한 법안 처리율은 국회 때마다 하락세를 보인다. 16대 국회에서 66%를 기록한 법안 처리율은 20대 국회에 처음으로 30%대로 주저앉았다. 이제 반환점을 돈 21대 국회가 지금보다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율 20%대에 처음 접어든 국회로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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