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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칠 때 버린 담배꽁초처럼 ‘구멍’이 참사 불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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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호 16면

인문학자의 과학 탐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부실 공사로 인한 재해를 최대한 막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재해는 아주 사소한 부주의에서 오는 부실 공사와 관련된다. 이것과 관련해 꽤 오래전에 봤던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속 대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콘크리트 칠 때 담배꽁초 이런 것 섞는 것은 좀 그래.” “(건물에)충격이 오면 거기부터 금이 간다고요.” “다른 게 부실 공사가 아니야. 그런 게 부실 공사지.”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콘크리트에 들어간다고 그것이 정말 부실 공사가 될까. 이런 의문을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콘크리트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배합과 타설, 그리고 양생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물이 타설 작업 중 무너지면서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지대 미설치, 공법 변경, 콘크리트 품질 관리·감독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연합뉴스]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물이 타설 작업 중 무너지면서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지대 미설치, 공법 변경, 콘크리트 품질 관리·감독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연합뉴스]

부실 공사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각 재료의 부적당한 배합 비율이 자주 거론된다. 콘크리트의 골재인 자갈과 모래는 콘크리트의 기본 강도를 결정하며, 결합재인 시멘트·물·공기는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결정한다. 최근에는 보강재로 철강을 쓰기도 하지만 돈을 아끼고자 부적격 재료를 사용하거나 구성비를 맞추지 않으면 콘크리트가 굳은 후에도 흐슬부슬 흩어지고 부서진다.

결합재만 놓고 볼 때 만일 시멘트의 함량을 높인다면 골재가 단단하게 결합되어 최종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이 증가하지만, 상대적으로 물을 적게 넣으면 콘크리트를 시공할 때 빡빡하게 돼서 작업에 불편을 겪게 된다. 반면 물을 많이 첨가한다면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진다. 결국 콘크리트의 결함을 막기 위해선 구성 재료들의 적절한 배합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대략적으로 콘크리트의 재료 구성을 살펴보면 자갈 40%, 모래 30%, 시멘트 10%, 물 15%, 공기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즉 골재가 70%이고, 결합재가 30%다.

이 외에도 불순물이 콘크리트 재료들 자체에 들어가 있거나 새롭게 생긴 균열을 통해 수분이나 염분 등이 콘크리트 틈으로 들어오면 철근은 부식되고 콘크리트 자체 내구성도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불순물을 최대한 막기 위해 배합에 사용되는 물은 사람이 마실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물이어야 하고, 꽁초 하나라도 무심코 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콘크리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다. 콘크리트를 배합하여 부어 넣기, 즉 ‘타설’을 할 때 온도가 맞지 않거나 굳히기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 특히 위험한데, 타설할 때의 적정 온도는 일평균 섭씨 5도에서 20도가 좋다고 한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양생’이라고 한다. 특히 겨울에는 콘크리트의 압축강도가 5메가파스칼(㎫)로 완전히 굳을 때까지 섭씨 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콘크리트가 한 번 이 강도를 얻고 난 이후로는 동결융해가 되더라도 피해가 적기 때문이지만, 적어도 이틀간은 최저 섭씨 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양생하는 날의 온도가 영하 3도 이하일 경우에는 천막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완전히 감싸고 난로나 온풍기 등을 통해 열을 제공하기도 하고, 그 이상의 기온일 경우 단열재나 피복을 덮어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양생과 함께 표면이나 내부의 물기가 마르면서 수축되어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수축은 외부의 높은 온도와 빠른 풍속, 낮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직사광선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차양막이나 바람막이가 필요하며 습기가 유지되도록 표면을 비닐로 덮거나 물을 뿌려주기도 한다.

#콘크리트의 역사

‘콘크리트’라는 말이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건축 재료 이름으로 사용된 것은 19세기부터다. 굳이 이 단어로 이름 붙은 이유는 라틴어 ‘콘크레투스(concretus)’가 ‘엉겨서 자라다’ ‘응결하다’ ‘형태를 갖추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콘크레스코(concresco)’의 과거분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콘크리트란 ‘엉겨서 커진 것’ ‘응결된 것’ ‘형태를 갖춘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런 작용을 하는 물질이 바로 ‘물’이다. 위에서 배합, 타설, 양생을 할 때 콘크리트는 무엇보다도 수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이 다른 물질에 반응해 그 물질을 응결시키고 경화시키는 성질을 ‘수경성(水硬性)’이라고 한다. 또한 어떤 물질이 물과 만났을 때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화학에서는 ‘수화작용(水和作用, hydration)’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콘크리트의 발전 역사는 수화작용을 하는 물질을 발견하는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구체적인 예를 보자.

우선 기원전 3세기에 석회와 모래에 물을 혼합한 석회모르타르가 로마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기원전 2세기경부터는 베수비오화산 근처 포추올리 지방에서 나오는 화산회가 발견되면서 석회모르타르에 혼합되었고, ‘포추올리 지방에서 나온 것’이라는 뜻의 ‘포추올라나’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후 로마 제국이 수세기에 걸쳐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하자 그들의 콘크리트 공법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졌다.

콘크리트가 다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성능 좋은 시멘트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1750년에 영국의 건축기사 존 스미턴은 등대를 짓기 위해 화강암들을 접합할 재료가 필요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물속에서도 굳는 시멘트를 개발했다.

이후로도 다양한 종류의 시멘트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1796년에는 가열 온도와 입자 크기를 달리한 석회석으로 제조되었다. 그 색이 고대 로마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포추올라나와 비슷하다고 해서 ‘로만시멘트’라 불렸다. 영국 템스강에 있는 마차용 터널이 이 로만시멘트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다.

1824년에는 영국의 벽돌공 조지프 애스프딘이 특별한 시멘트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곱게 빻은 석회석을 구워서 생석회를 만들고, 점토와 물을 섞은 뒤 섭씨 800℃ 고온에 구워 만들었다. 이후 이것을 분말로 만들었는데, 영국 남부 포틀랜드섬의 석회석과 색이 비슷해서 ‘포틀랜드시멘트’라 불렸다. 이후 품질이 향상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건축 현장의 주재료가 되었다.

#물, 시멘트의 A to Z

수화작용을 일으키는 재료를 위에서 언급한 포추올라나, 로만시멘트, 포틀랜드시멘트의 예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바로 석회석 또는 석회다. 분말 형태 시멘트의 주성분인 석회석은 화학에서는 ‘탄산칼슘’이라고 하는데, 물을 만나면 반죽 상태가 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굳어져 딱딱한 고체가 된다. 시멘트란 탄산칼슘(CaCO₃)의 이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탄산칼슘은 다른 물질과 결합력이 높은 칼슘이 자연스럽게 탄소와 산소에 달라붙은 것인데, 열을 가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흰색 가루인 산화칼슘(CaO)이 된다. 흔히 생석회라고 하는 산화칼슘은 물을 만나면 격렬하게 열을 내면서 수산화칼슘(Ca(OH)₂)이 생성되고, 이 수산화칼슘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만나 다시 탄산칼슘이 되고, 여기에 함유되어 있던 물은 증발되어 빨리 굳게 된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탄산칼슘(CaCO₃) + 열 → 산화칼슘(CaO) + 이산화탄소(CO₂)

2) 산화칼슘(CaO) + 물(H₂O) → 수산화칼슘(Ca(OH)₂) + 발열

3) 수산화칼슘(Ca(OH)₂) + 이산화탄소(CO₂) → 탄산칼슘(CaCO₃) + 물(H₂O)

위의 반응이 시멘트에 물을 배합할 때 일어나는 반응이다. 시멘트 입자들 표면은 물과 접촉하면 굳어지는 반응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석고 등을 넣어서 수화작용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안전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콘크리트는 배합, 타설, 양생에 있어 수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실 공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부실 공사의 책임이 있을까. 작업자? 아니면 시공을 책임진 사업주?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사고에 대한 고전적 모델(도미노 모델)에서는 그 원인을 작업자나 관리자, 또는 경영인이라는 특정인의 결함으로 보았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사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기보다는 시스템이 지닌 결함으로 보려는 시도가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현대적 모델에 큰 영향을 끼친 제임스 리즌은 “사고나 재난은 각 단계별 책임자의 결함이 모든 단계를 뚫고 전이되어 동시에 나타날 때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인간이 지닌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함을 막는 새로운 안목을 던져주었다.

리즌은 이것을 ‘스위스 치즈 모델’로 설명한다. 스위스 치즈에는 발효 단계에서 생긴 기포로 슬라이스마다 크고 작은 제각각의 독특한 구멍들이 있다. 각각의 슬라이스들을 무작위로 골라 여러 장 겹치면 우연히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치즈슬라이스들은 작업자를 비롯한 각각의 관리자와 경영인이 통제하는 영역을 말하고, 거기에 난 구멍은 통제하던 중 발생하는 그들 각각의 결함을 말한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같은 것이 이런 구멍의 예라 할 수 있다. 각 치즈슬라이스의 구멍이 우연히 일치할 때처럼 이 같은 각각의 구멍이 관통하는 순간이 바로 대형 참사의 순간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임기응변의 처벌이나 시간만 때우는 안전교육이 아니다. 있을 수밖에 없는 한 사람의 결함보다는 그 연쇄를 차단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대형 참사에서 보았듯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침몰 등의 안전사고는 그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의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보자. 각 단계에서 드러난 결함들은 확실히 차단되었는지 아니면 무관심 속에 뚫리고 있지는 않은지. 이제 무덥고 습한 여름이다. 우리 구조물들의 틈새 균열이나 방수 상태를 관리적, 구조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김동훈 인문학자. 서양고전학자·철학자.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희랍과 로마문학 및 수사학, 철학을 공부했다. 희랍어와 라틴어 및 고전과 인문학을 가르친다. 인문학의 서사를 담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퓨라파케’ 대표. 『인공지능과 흙』 『브랜드 인문학』 『키워드 필로소피』  『별별명언』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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