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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월 4만원에 24GB” 중간요금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SK텔레콤이 신고한 5G 중간요금제를 승인했다.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 등이 다음달 5일부터 출시된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5G 등 요금제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SK텔레콤이 신고한 5G 중간요금제를 승인했다.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요금제 등이 다음달 5일부터 출시된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5G 등 요금제 안내문.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SK텔레콤이 다음달 5일 신규 5G 요금제 5종을 출시한다. 현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으로 제시한 이른바 ‘5G 중간요금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K텔레콤의 5G 중간요금제 신고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나랑 무슨 상관이야

통신 3사의 기존 5G 요금제는 ‘중간’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확히는 ‘중간요금’이 아닌 ‘중간용량’이 없다. 통신 3사 모두 월 제공 데이터 기준 12~100GB에 해당하는 요금제가 없어, 기형적인 양자택일 구조였다. 5월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평균 27.8GB다(과기정통부). 그런데 이만큼 쓰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월 7만~8만원짜리 100GB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다. 이제 좀 쓸만한 요금제가 나오는 걸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SKT 가입자라면: SK텔레콤이 추가한 5개 요금제는 ▶︎월 3만4000원·8GB(5G 언택트 34) ▶︎월 4만2000원·24GB(5G 언택트 42) ▶︎월 4만9000원·8GB(베이직) ▶︎월 5만9000원·24GB(베이직플러스) ▶︎월 9만9000원·데이터 무제한(5GX 프라임플러스). 핵심은 ‘중간 지대’인 24GB를 제공하는 5G 언택트 42와 베이직플러스다. 언택트 요금제는 온라인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일반 요금제보다 30% 저렴하다.

나 SKT 안 쓰는데: 보통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선보이면, KT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고 LG유플러스가 두 사업자 뒤를 따르는 편이다. KT는 8월 중 유사한 구성의 중간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일단 소비자 선택권은 소폭 넓어질 전망.

이게 왜 중요해

윤석열 정부의 첫 통신비 정책이다. 역대 대선마다 ‘통신비 인하’는 유력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선 조용했다. 대신 이통사들과 대선 후보들이 물밑에서 중간요금제로 타협을 봤다는 것이 업계와 관가의 중론.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5G 요금제 개편을 추진했다. 지난 5월 말엔 고물가 대책 성격의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못박았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SK텔레콤의 신규 5G 중간요금제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사진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SK텔레콤의 신규 5G 중간요금제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사진 참여연대

②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여주기식 요금제’란 비판이 나온다. 양극화된 요금 체계는 그대로라는 것.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논평에서 “24GB에서 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선택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다양한 선택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 26일 “30·40·50GB 등 10GB씩 증가할 때마다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간별 요금제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통신사 요금제 간 경쟁이 활성화할지 주목된다. 최근 MZ세대가 저렴한 요금제가 많은 알뜰폰(MVNO)을 선호하면서, 5월말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15.2%까지 올랐다(가입자 1139만명).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중간요금제 도입은 MNO 사업자(통신 3사) 간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을 더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전체 사업자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뭐래?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SK텔레콤이 신고한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수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SK텔레콤이 신고한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수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신사 요금제는 2년 전 도입된 유보신고제에 따라 ▶이용자 이익 ▶경쟁사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2가지를 정부가 검토한 뒤 문제가 없으면 수리된다.

과기정통부 홍진배 실장은 “중간요금제 신설로 11~24GB 사이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24GB와 100GB 사이) 중간권이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통신사에) 강제할 순 없는 사안이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SKT는 뭐래?

“중간요금제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 주장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데이터 사용량 상위 5%에 해당하는 헤비유저를 제외하면 대다수 5G 가입자는 월 18~23GB의 데이터를 쓴다. ‘24GB 요금제’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것.

소비자 선택권도 다양하게 보장한다고 설명한다. 이날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의 1, 2위 통신사 5G 요금제를 소량(10GB 이하), 중량(100GB 이하), 다량(500GB 이하), 데이터 무제한 4구간으로 나눠보면 한국이 가장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으로는

그러나 소비자가 신규 요금제로 얼마나 갈아탈지는 지켜봐야 한다. 통신 3사로선 중간요금제가 흥하면 ‘수익성 악화’, 망하면 ‘정책 실패’인 좌고우면의 상황.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을 봐야겠지만 새 요금제가 인기를 끌면 가입자 1인당 월 결제액이 사실상 줄어, 수익성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 3사는 올 상반기 도합 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편 증권가는 현행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게 아니라 소비자 반응은 미온적”이라며 “통신사 매출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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