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총질’ 문자 파문 이후 국민의힘이 지도체제를 놓고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직후만 해도 이 대표는 ‘로키’ 대응을 이어왔다. 전국을 돌며 지역당원들을 만나서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친윤 의원들을 향한 비판 대신 자신이 추진해오던 당 개혁과제가 주춤한 데 대한 아쉬움만 표했다. 13일 광주 무등산을 찾은 뒤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중이었는데 죄송하다”고 했고, 20일 춘천을 찾아선 “대선ㆍ지선 기간 중에 담았던 강원도와 춘천의 이야기를 잊지않고 지켜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26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부턴 이 대표의 대응도 달라졌다. 해당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국민의힘이)달라졌다”며 원색적인 표현을 썼다.
그러자 이 대표의 맞대응이 시작됐다. 27일 페이스북에 여의도를 ‘그 섬’이라고 표현하며 “그 섬에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8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혹세무민”이라며 반발하자,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덜 유명해서 조급하신 것 같다. 오늘 국민들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거 같다”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같은 날 밤에도 이 대표는 ‘윤핵관’을 저격하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경주를 찾은 이 대표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원들은 미래를 원하고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는 것”이라며 “그 섬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지역의 당원들이 오히려 가장 개혁적이고 당을 걱정하고 있다”고 썼다.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인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길)’을 패러디한 “May the 보수 be with you”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로선 자신이 당 개혁을 위해 했던 행동들이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로 폄하됐다고 생각해 분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가운데선 “지금 상황에서 굳이 이 대표가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가 ‘윤핵관’과 날을 세울수록 이들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29일 이철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재차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는 취임하기 이전부터, 윤 대통령 (대선)예비후보 시절부터 늘 뒤에서 조롱하고 발목잡고 방해하는 일들이 대다수였다”며 “그래서 내부총질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해 “덜 유명해서 조급하다”고 평가절하 한 데 대해선 “저는 어떤 사람들처럼 ‘관종’(관심종자)도 아니다”라며 역공을 폈다.
19일 춘천을 찾은 이 대표를 만나 홍삼 진액을 선물했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한창 뜨겁게 갈등 구도가 되는데 (이 대표가)한 템포 쉬어갔으면 좋겠다. 조금 의도적으로라도 냉담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2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지금의 갈등상황은 이 대표의 지위 변동 문제와는 관련이 없으니 대표가 직접 반응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대표로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