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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30% 깨진 날, 신촌지구대 간 尹…"연희동 50년 살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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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애초 예정에 없던 것으로,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치안현장 방문 일정을 추가로 공지했다. 경찰국 설치 논란과 총경 모임을 “하나회”와 “쿠데타”에 빗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친 언사로 일선 경찰들의 동요가 커지자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여론조사 지지율도 윤 대통령의 현장 행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신촌지구대를 찾아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신촌 지구대 근처인 연희동에서 50여년 살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신촌지구대를 찾아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신촌 지구대 근처인 연희동에서 50여년 살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실제 한국갤럽이 26~28일 전국 18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28%로,지난 주보다 4%포인트가 빠졌다. ‘잘못하고 있다’(62%)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높았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지지율 30%선이 무너졌다.

텃밭인 대구·경북(긍정 40%, 부정 47%)을 포함한 전지역에서, 70대(긍정 48%, 부정 34%)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최근 여당이 줄곧 앞섰던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6%로 같았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빠졌고, 반대로 민주당은 3%포인트가 올랐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포함한 범 여권 전체에 위기 경고음이 울린 수치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인사를 택한 비율이 21%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경험과 자질 부족, 경제ㆍ민생 외면, 독단적ㆍ일방적 태도를 꼽은 비율이 각각 8%였다.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이유로 택한 비율은 4%였으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견해를 따로 물은 결과 ‘경찰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고 답한 이가 과반(51%)으로 ‘경찰권 견제 위한 조치’라고 답한 비율(33%)보다 많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기 문란”이라 규정한 경찰국 반대 총경 회의에 대해선 ‘정당한 의사표명’이라고 답한 비율(59%)이 ‘부적절한 집단행동’(26%)이라 답한 이들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 지지율 하락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도, 반대로 낮은 지지율이 경찰국 설치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복합적인 이유에 대해,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참모들 모두가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한다기보다는, 기존에 하려 한 것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묵묵히 하다 보면 국민도 진정성이라든지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주실 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30% 선을 밑도는 28%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30% 선을 밑도는 28%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이런 민심 속에서 신촌 지구대를 찾은 윤 대통령은 “제가 연희동에 한 50년 가까이 살았잖아요. 되게 낯익어 여기가. 반갑네요, 정말”이라며 대화를 풀어갔다. 지구대장으로부터 치안현황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여기가 사건이 많은 파출소인데, 나도 학생 때 술 먹고 지나가다 보면 여기가 바글바글해. 여기서 정리가 안 된 사람은 서대문서 형사과로 보내잖아요”라며 “지구대가 옛날 파출소죠, 여기가 일이 엄청 많은 데인 걸 잘 알고 있어요. 고생 많아요”라고 말했다.

근무자가 입고 있던 외근 조끼를 보고 “외근 복장인가? 순찰할 때 입고?”라며 관심을 보인 윤 대통령은 “옛날에도 2층이 있었나”, “요새는 한 번 나오면 몇 시간 근무하나”는 질문들을 했다.
근무자들의 휴가 일정은 묻던 윤 대통령은 지난주에 강원도 강릉과 속초를 다녀왔다는 한 직원의 말에 “강릉, 속초도 시설이 잘돼 있어 외국 같더라. 강릉이 외가이기도 하지만 근무를 해봤는데, 막국수를 잘하는 집이 참 많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선 경찰을 격려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그러면서 “제복 공무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를 개선해나가는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신촌지구대 방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처음으로, 다음 주 휴가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을 점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일상 회복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위중증과 사망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방역ㆍ의료 대응 목표”라고 밝힌 윤 대통령은 특히, 전문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꼭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만큼의 조치가 이뤄지는 ‘표적화된 정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문가가 직접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의사결정의 근거와 결과도 국민께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치안현장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날 중대본 회의 주재도 전날 추가로 공지된 일정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두 건의 현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통상 외부 일정이 없을 때면 매일 하다시피 한 도어스테핑(doorsteppingㆍ약식 문답)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부 총질한 대표 물러나서 좋다’는 문자를 보낸 윤 대통령이 ‘도어’에서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추가 일정을 공지하면서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긴급하게 챙겨야 할 코로나와 치안 등에 각별히 주문할 내용이 있어 마련된 행사로, 오해가 없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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