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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금리 역전, 거시관리 더 중요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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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연준은 75bp(0.75%포인트, 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9월에 소집되는 차기 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3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연준은 75bp(0.75%포인트, 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9월에 소집되는 차기 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3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기에는 외자 순유입  

경제 펀더멘털 중요…재정혁신 등 속도 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어제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2.25%)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지난달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둔 연준이 이례적으로 같은 폭으로 금리를 또 올린 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월에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한편, 추후 경제 데이터를 보면서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이 현재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기자회견에서 얘기할 정도로 미국 고용시장은 양호하다.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기준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가계 빚이 쌓여 있고 변동금리 대출 비율도 높다. 미국처럼 빠른 속도의 긴축을 감내하기 힘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금리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일 것이다.

결국 두 나라 금리 인상의 보폭 차이를 고려할 때 한·미 금리 차가 더 커지고 금리 역전 현상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과 이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에도 한·미 금리 역전이 있었다. 2000년 5~10월엔 금리 차가 최대 1.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우려했던 자본 유출은 없었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은 세 번의 금리 역전기에 모두 순유입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어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연준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과도한 걱정도 문제지만 안심할 일도 아니다. 과거에도 미국의 강달러와 높은 금리는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을 환류시키고 그때마다 거시경제가 불안한 신흥국은 몸살을 앓았다. 언제, 어디서 불의의 돌팔매가 날아올지 모른다. 글로벌 경제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안전띠를 단단히 매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내외금리차보다는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더 민감하다. 거시경제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에서 천명한 재정준칙의 법제화 등 재정 혁신을 비롯해 공공·연금개혁 등 5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외환 규제를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글로벌 수준으로 바꿔 투자매력도를 높이자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