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월드컵 넉달 앞, 뻥 뚫린 수비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2022.07.29 00:03

업데이트 2022.07.2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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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마친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115일 앞두고 수비력 보강이 숙제로 떠올랐다.뉴스1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마친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115일 앞두고 수비력 보강이 숙제로 떠올랐다.뉴스1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체이탈 화법을 접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본이 90분 내내 한국보다 잘 뛰었고, 우리 선수들은 잦은 실수의 대가를 치렀다’니 벤투는 도대체 어느 나라 감독인가.”

지난 27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일본전 0-3 참패 직후 각종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는 축구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3월 0-3으로 무너진 ‘요코하마 참사’ 이후 1년 4개월 만의 한일전 리턴매치가 또 한 번의 ‘도요타 참사’로 마무리되자 축구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입증한 공격진과 달리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비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안컵 개막에 앞서 벤투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준비 단계로 삼겠다” “한일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그래서 한일전 패배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 명의 감독이 두 번의 한일전에서 0-3으로 잇달아 무너진 사례는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살펴봐도 흔치 않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패배를 교훈 삼아 오는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 구성 및 전술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벤투호가 삐걱대는 건 ‘비대칭 전력’의 부작용이다. 해외파 위주로 구성한 공격진의 경쟁력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지난달 2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도 득점포를 터뜨렸다. 칠레, 파라과이(이상 2골), 이집트(4골) 등 대륙별 강호들을 상대로도 멀티 골을 만들어냈다. 월드 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중심으로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서울), 이재성(마인츠) 등 주변 공격수들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선보인 결과다.

김영권

김영권

수비진은 상황이 다르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꾸준히 중앙수비 듀오 김민재(나폴리)-김영권(울산)을 중심으로 디펜스 라인을 구성했다. 그런데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확정 이후 김민재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고, 김영권이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면서 수비 플랜에 차질이 생겼다. 중앙 수비가 흔들리자 수비형 미드필더와 풀백 등 주변 수비수의 역할 부담이 커지면서 불안함이 증폭됐다.

이후 벤투 감독이 수비 모든 포지션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지만,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115일 남겨둔 현재까지도 본선용 수비 조합을 확정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복귀하고 김영권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으면 불안감이 줄어들겠지만, 두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건 여전히 위험하다.

전술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최후방에서부터 패스워크를 통해 차근차근 전진하며 볼 점유율을 높이고 경기 흐름을 장악하는 ‘빌드업 축구’를 추구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의 볼 키핑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전방 압박 역량이 우수한 팀을 만날 때마다 고전한다. 손흥민 등 해외파가 모두 참여한 6월 A매치에서도 브라질·파라과이 등 압박이 강한 팀만 만나면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김민재

김민재

동아시안컵 한일전은 일본이 벤투호의 약점을 정확히 분석한 뒤 집요하게 파고들어 완승을 이끌어낸 사례다. 일본은 골키퍼 조현우(울산)와 두 중앙 수비수 박지수(김천), 조유민(대전) 등이 허리 진영으로 패스하는 순간을 압박 포인트로 삼았다. 볼 받을 선수를 하프라인 언저리에서 이중 삼중으로 에워싸 패스 연결 루트를 차단한 뒤 실수를 유도해 역습했다.

이는 벤투 감독이 패인으로 지적한 ‘선수 개개인의 실수’를 사실상 전략·전술의 실수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월드컵 본선 상대 팀들이 한일전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면, 앞으로 맞대결할 때 같은 방식으로 한국 수비진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빌드업 축구를 고집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패스 길이와 강약을 조절하거나, 또는 상대 위험지역까지 효율적으로 볼을 보내기 위한 패턴 플레이를 개발하는 등의 전술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 역대 최장수 재임(4년) 기록을 세우고도 ‘전방 압박 대처 능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10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통할 만한 전술 개발과 선수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구성하기 전 마지막 실험 무대인 9월 A매치 데이가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전술도 바꾸고, 새 얼굴도 과감히 발탁해야 한다. 성적과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감독의 철학은 고집으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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