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보도, 하청노조가 왜 파업했나 더 다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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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7월 회의는 지난 26일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과 디지털에 보도된 기사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이번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보도가 양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게 다른 신문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해외 전문가들도 이번 가을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타임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또 초기 보도보다는 전쟁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그런 보도들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러시아의 반인권적인 행동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달라진 경향이 반영된 보도가 좀 부족한 거 같다. 중앙의 이름에 걸맞은 보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최근 ‘오늘의 톡픽’이라는 코너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SNS가 가지고 있는 가장 특징적인 측면을 전통적인 매체에서 독자들과 공유하는 흥미로운 시도인 것 같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7월 6일자에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은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수상의 의미와 함께 성장 과정, 지금까지 해결한 난제들, 상의 역사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했다. 그러나 이날 같은 상을 받은 프랑스·영국·우크라이나 수학자 3명에 대해선 그들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등을 소개하지 않아 아쉬웠다. 7월 15일자에 실린 ‘한·일 관계 아베 그늘 벗기 3년이 골든타임’ 기사에는 기시다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라는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하는 데 그쳤다.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위해 일본 쪽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7월 5일자 주요 면에 ‘마약 기획’을 했는데 10대까지 번진 마약이라고 해서 마약 총책을 잡고 보니까 고3이었다는 기사가 있었고 15일 자 8면에는 ‘청소년 마약 확산에 검찰이 미국식 마약청 신설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람직한 기획이다. 대책까지 포함해 계속 다뤄줬으면 한다. 7월 5일자에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직후 박순애 교육부 장관 임명, 공정거래위원장 지명, 인사 문제로 인한 대통령 지지율 하락, 정치권 반응 등이 묶인 기사를 한 개면에 섞어서 실었는데 기사를 구분해서 정리했다면 독자들이 훨씬 이해하기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7월 11일자에 ‘캠필로박터 식중독 5명…덜 익힌 닭고기 주의보’라는 제목으로 캠필로박터 식중독 증가 상황을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정확하게 작성됐는데 제목이 덜 익힌 닭고기가 마치 캠필로박터의 감염원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돼 있다. 어떤 제목으로 편집할 거냐 하는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6월 28일자부터 재택 의료에 대한 기획 기사를 상당히 많이 다뤘다. 특히 일본에서 장기요양 환자들에 대한 접근 방법이 환자 중심으로 잘 정착하고 있다는 기사를 썼는데 우리 보건당국에도 의료제도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기사였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스타트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인지 7월 2일자 ‘노동시장 판이 바뀐다’ 기사에서 대기업들이 IT 개발자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안 올려주면 이들이 즉시 회사를 옮긴다는 내용이 사실 납득이 잘 안됐다. 과거 2~3년은 이럴 수 있었고 이런 상황은 올해 1분기까지의 얘기인 것 같다. 2분기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3분기는 가장 시장이 얼어붙는 시기다.

독자위원회 7/29

독자위원회 7/29

7월 11일자 ‘일제가 쓴 고종실록, 명성황후 시해범도 편찬 참여했다’는 눈에 띄는 기사였다. 고종실록을 일본인이 편찬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지면에 정치·경제 관련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기사가 나오면 콘텐츠가 굉장히 풍부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좋았던 기사는 7월 22일자 ‘2년 새 160억 갚았다고? 건물주 민주당 ·국힘 재테크 비결’이었다.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이 정당에 대한 이중 지원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객관적인 수치와 근거를 통해서 거대 정당들이 그런 지원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사였다. 역사 문제로 여전히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는 일본에 대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기사가 이번 달에 많이 보였다. 중앙일보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공과 과를 보도하려고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아베 전 총리의 망언들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담만을 싣고 있어서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7월 19일자에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미 제목부터 노조가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로 작성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 노조가 30%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고 노조의 행동이 우리나라의 산업 활성화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시각으로만 기사가 쓰였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 노조원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도 궁금한데 이 기사만 봐서는 노조가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는 편파적인 시각이 생길 수 있다. 임 교수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아베 전 총리와 관련해 균형을 찾아야 되는 기사들이 어떻게 보면 복잡한 감정들 때문에 매끄럽지 못한 것들이 좀 있었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연금개혁에서 무엇보다 ‘실행에서의 애로’를 다루는 것이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7월 25일자에 현실적인 실행의 문제를 골고루 다뤄 독자들이 ‘보다 긴 안목’으로 연금개혁 이슈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공적인 마인드를 자극하는 좋은 기획기사(‘인기는 없지만 꼭한다. 윤정부 연금개혁 시동 걸었다’)가 실렸다. 같은 날 ‘과연 오페라 지휘자다웠다, 김은선 호쾌한 첫인사’는 객원기자의 기사다. 해외 유수의 정론지들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크리틱을 가지고 있으며 고정팬들이 많다. 문화·예술 면에서 고정적으로 고품질의 기사를 내는 것은 중앙일보의 브랜드 색깔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마약 관련 기획 기사는 기사를 발굴하는 시선이 날카롭고 의제화하는 능력이 굉장히 돋보였다. 7월 13일부터 26일까지 총 21건의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기사를 다뤘다. 이번 파업이 불법 파업이고 굉장히 큰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기사엔 파업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됐다. 파업이 일어난 원인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7월 20일자에 유엔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탈북어민을 북송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중요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실명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익명 취재원에 기반한 기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할 때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7월 12일자 ‘우회전 뒤 횡단보도에 보행자 보이면 차량 꼭 멈춰야’ 기사는 개정된 도로교통법 내용을 그림으로 예시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한 기사였다. 동시에 현장 취재까지 진행한 것은 신문이 정치와 경제 분야의 거대 담론이 아닌 시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사항에 관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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