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함(광개토-Ⅲ Batch-Ⅱ)은 이미 전력화한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광개토-Ⅲ Batch-Ⅰ) 3척보다 훨씬 더 발전한 이지스 방어 체계와 강력한 공격력을 갖췄다. ‘광개토-Ⅲ’는 이지스함 사업명이고, 배치(Batch)는 성능 향상 단계를 뜻한다. 군 당국은 2020년대 후반까지 총 3척의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을 전력화할 계획이다.
8200t급으로 몸집을 키운 정조대왕함에는 세종대왕급(7600t급) 이지스 구축함에는 없는 무기 체계가 실린다. 대표적인 것이 해상에서 적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해군이 대구급(2800t급) 호위함에 전력화한 ‘해룡’ 전술 함대지 미사일(사거리 150~200㎞)보다 더 뛰어난 성능의 미사일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확산탄인 해룡만 해도 축구장 2배 넓이를 초토화할 수 있다”며 “국내 개발 중인 신형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면 해상에서 북한군 전방 군단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스 체계도 달라졌다. 세종대왕급의 이지스 체계(Baseline 7)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추적할 수 있지만 요격할 순 없다. 세종대왕급에 장착한 SM-2 대공미사일은 항공기나 순항미사일 정도만 대응할 수 있다. 반면에 정조대왕함의 이지스 체계(Baseline 9)는 탄도탄 요격 기능까지 갖췄다. 지난 4월 도입이 확정된 저층 방어용 탄도탄 요격미사일 SM-6(요격 고도 35㎞)를 탑재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급 미사일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SM-3(요격 고도 70~500㎞)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요격 고도 40~150㎞)보다 더 높은 곳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SM-3 구매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상작전 능력도 높아진다. 정조대왕함에는 해군이 2024년부터 도입하는 MH-60R ‘시호크’ 해상작전 헬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또 사거리 220㎞의 하푼 대함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은 2024년께 해군에 인도된다. 통상 1년의 시험 항행을 거쳐 전력화되는 만큼 2025년부터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 전투 체계는 고성능 레이더와 중장거리 대공미사일을 이용해 100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탄도 계산과 무기 관제를 위해 수퍼컴퓨터가 함마다 탑재돼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10여 척(한국 3척 포함)의 이지스 순양함·구축함이 실전 배치돼 있다. 이 중 미국이 90여 척으로 제일 많다. 미국 해군이 현재 운용하는 순양함·구축함엔 모두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했다. 이어 일본(8척), 스페인(5척), 노르웨이(4척), 호주(3척) 등의 순이다. 대만은 이지스함 도입을 추진했으나 중국 반발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