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한 백합이 이 섬에선 돌부리처럼 차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29 00:01

업데이트 2022.07.2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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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화도 오디세이 ② 볼음도·주문도

볼음도 영뜰해변에서 백합을 잡고 있는 체험객들. 오른쪽 체험객이 끄는 게 그레라는 해루질 기구다. 그레를 갯벌에 박고 끌고 다니다 보면 덜컥 하고 백합이 걸려 올라온다. 영뜰해변은 썰물 때 최대 6㎞까지 갯벌이 펼쳐진다.

볼음도 영뜰해변에서 백합을 잡고 있는 체험객들. 오른쪽 체험객이 끄는 게 그레라는 해루질 기구다. 그레를 갯벌에 박고 끌고 다니다 보면 덜컥 하고 백합이 걸려 올라온다. 영뜰해변은 썰물 때 최대 6㎞까지 갯벌이 펼쳐진다.

볼음도는 소문 같은 섬이었다. 강화도가 거느린 여러 섬들 중 하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가본 적은 없었다. 석모도처럼 신심을 일으키지도, 교동도처럼 옛 추억을 불러오지도 못해서였다. 서해의 수많은 섬처럼 잊혀 가는 섬인 줄 알았는데, 선입견이 보기 좋게 깨졌다. 볼음도와 주문도를 추천해준 인천관광공사가 고마울 지경이다. 볼음도에서 여느 갯벌과 차원이 다른 갯벌을 경험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엔 가볼 곳이 많이 남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조개의 왕

트랙터를 타고 30~40분 나가야 갯벌 체험 장소에 도착한다. 모래가 단단해 발이 안 빠진다.

트랙터를 타고 30~40분 나가야 갯벌 체험 장소에 도착한다. 모래가 단단해 발이 안 빠진다.

볼음도 갯벌 체험은 조개골해변과 영뜰해변에서 모두 가능하다. 둘 중에서 영뜰해변이 더 유명하다. 물이 빠지면 최대 6㎞까지 갯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볼음도 갯벌이 그 유명한 강화갯벌이다. 강화도 서남부 해안과 볼음도를 포함한 강화도 서남쪽 일부 섬의 갯벌을 강화갯벌이라 하는데,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53배(약 435㎢)나 된다.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강화갯벌은 규모가 가장 큰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갯벌을 법으로 보호하는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희귀종 저어새의 최대 서식지가 강화갯벌이다. 실제로 볼음도 갯벌에선 전 세계에 2400여 마리밖에 없다는 저어새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갈매기 사이에서 긴 부리 저어대며 먹이를 잡는 흰 새가 저어새다.

나라가 지키는 갯벌이어서 볼음도 갯벌은 아직 건강하다. 조개골해변도 이름처럼 조개가 흔하지만, 영뜰해변에는 그 귀하다는 백합이 허다하다. 볼음도에선 백합을 ‘조개의 왕’이란 뜻의 ‘상합(上蛤)’이라 부른다. 여느 갯벌에선 바지락·꼬막 따위를 캐는데, 볼음도에선 어른 손바닥만 한 백합을 캔다. 볼음도 어촌계에 체험비(1인 1만3000원)를 내면 트랙터 타고 갯벌 끝까지 나갈 수 있다. 갯벌 끝에 도착하면 ‘그레’를 나눠준다. 긴 끈 아래에 칼날을 묶어 끌고 다니다 보면, 칼날에 돌부리처럼 걸리는 게 나온다. 십중팔구 백합이다.

생전 처음의 그레질이 서툴렀으나 백합이 걸릴 때의 손맛은 확실히 느꼈다. 한두 시간 만에 20여 마리를 건졌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갯벌에 소라가 널브러져 있었다. 백합 캐고 소라 줍는 갯벌이라니. 내리쬐는 뙤약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레질에 빠졌다. 유영락(63) 볼음어촌계장은 “갯벌 3∼5㎝ 아래에 백합이 산다”며 “관광객 중에 10㎏이나 잡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볼음도에서 백합은 1㎏ 1만5000원 정도에 팔린다.

부부 은행나무

볼음도 서쪽 끝에 있는 저수지. 저수지 왼쪽으로 난 제방을 따라 강화나들길 13코스가 이어진다.

볼음도 서쪽 끝에 있는 저수지. 저수지 왼쪽으로 난 제방을 따라 강화나들길 13코스가 이어진다.

여느 외딴 섬처럼, 볼음도도 여행의 팔 할은 숙소다. 잠자리는 물론이고, 식사와 교통편까지 숙소에서 해결한다. 볼음도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섬에 차를 갖고 들어가거나 숙소에 부탁해야 한다. 우리가 잡아온 백합과 소라도 펜션 주인이 백합탕과 소라숙회, 백합죽을 만들어줬다.

갯벌에서 갓 잡은 백합으로 끓인 백합탕.

갯벌에서 갓 잡은 백합으로 끓인 백합탕.

볼음도 여행은 갯벌 체험이 하이라이트이지만, 가볼 곳이 있다. 섬 서쪽 끝 저수지 옆에 선 볼음리 은행나무다. 높이가 25m, 밑동 둘레는 9.4m나 된다. 볼음도를 지키는 나무다. 이 나무의 가지를 태우면 재앙이 내린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1950년대까지 나무 아래에서 풍어제를 지냈다고 한다.

볼음도 은행나무. 800년 이상 묵은 노거수로 높이가 25m나 된다.

볼음도 은행나무. 800년 이상 묵은 노거수로 높이가 25m나 된다.

은행나무에는 기구한 사연이 전해온다. 800여 년 전 황해도에 물난리가 나 부부 은행나무 중 수나무가 바다로 떠내려왔다. 볼음도 주민이 그 나무를 주워 심은 게 지금의 은행나무다. 흥미로운 건, 북한에 아내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해도 연안군 호남중학교 뒷마당에 있다는 아내 은행나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다. 볼음도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다.

주문도 서도중앙교회 내부. 100년 묵은 한옥 교회로, 바닥에 앉으면 십자가가 보인다.

주문도 서도중앙교회 내부. 100년 묵은 한옥 교회로, 바닥에 앉으면 십자가가 보인다.

볼음도에 들어간 김에 옆 섬 주문도도 들렀다. 뱃길로 30분 거리다. 이 섬에 꼭 가볼 곳이 있어서다. 내년이면 건립 100주년을 맞는 서도중앙교회다. 팔작지붕 얹은 한옥 교회로, ‘진촌교회’라는 옛 이름이 걸렸다. 교회 문이 두 개다. 왼쪽이 남자 출입구고, 오른쪽이 여자 출입구다. 교회 내부도 영락없는 한옥이다. 열두 개 나무 기둥 위로 대들보와 서까래가 훤히 드러났다.

서도중앙교회 박형복(61) 목사는 “새 교회 건물이 있지만, 요즘도 새벽 예배는 옛날 교회에서 본다”며 “지금도 남자는 왼쪽에, 여자는 오른쪽에 앉는다”고 말했다. 신도가 예배 보는 나무 바닥에 앉아봤다. 서 있을 땐 안 보였던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천정에 맨 십자형 형광등이었다.

여행정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강화도 선수선착장에서 볼음도 들어가는 배가 하루 세 번(오전 8시 50분, 오후 12시 50분, 4시 20분) 뜬다. 여름 성수기 요금 어른 7900원(유류할증료 포함), 차량 4만5000원(중형 기준). 1시간 거리다. 주문도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선수선착장에서 출발해 볼음도·아차도 들렀다가 주문도(느리 선착장)까지 가는 배를 타거나(어른 8800원), 선수선착장∼주문도(살곶이선착장) 직항을 이용하거나(어른 5950원). 인천시·인천관광공사 등이 공동으로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볼음도·덕적도·백령도 등 인천 섬 7개를 여행하는 체험관광 상품으로, 볼음도는 2박3일 일정이다(월·수요일 출발). 1회 정원은 20명으로 10월 21일까지 총 6회 진행한다. 1인 체험비 1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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