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굿바이, 빅보이' 은퇴 투어 시작한 이대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풍 두산 베어스 사장으로부터 자신의 좌우명이 담긴 달항아리를 선물받은 롯데 이대호. [연합뉴스]

전풍 두산 베어스 사장으로부터 자신의 좌우명이 담긴 달항아리를 선물받은 롯데 이대호. [연합뉴스]

'대~호 대~호'.
서울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의 등장 음악이 울렸다. 1루와 3루 측 관중석 모두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롯데가 낳은 최고의 타자 이대호가 은퇴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22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한다. 일본·미국에서 뛴 5년을 제외하면 롯데에서만 17시즌을 뛰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이승엽 KBO 총재특보에 이어 두 번째로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계획했다. 지난 16일 올스타전에서 KBO가 첫 테이프를 끊었고, 구단 중에선 두산 베어스가 28일 홈 경기에서 첫 번째 순서를 진행했다.

이대호가 사인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준비한 감사 인사 엽서

이대호가 사인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준비한 감사 인사 엽서

이대호는 경기를 앞두고 100명의 팬들을 만나 사인회를 진행했다. 이대호는 사인회에 참석한 팬들에게 자비로 제작한 모자를 선물했다. 이대호의 등번호 10번과 이대호의 검지 세리머니가 그려졌다. 이대호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긴 엽서도 함께 건넸다.

사인회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롯데 팬 50명, 두산 팬 50명이 자리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롯데 팬 문지환(28)씨가 눈시울을 붉히자, 이대호는 "벌써부터 울면 어떡하냐"고 웃으며 사인을 했다. 문씨는 "(이대호가 있을 때)우승을 못 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한 경기라도 더 목소리 높여서 응원하고 싶다. 이대호는 부산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다"고 했다.

두산 팬들도 떠나는 이대호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배지혜(30)씨와 권태용(29)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 아닌가. 상대팀 입장에선 무서웠다. 다른 팬들도 다 그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대호의 은퇴투어 사인회에 참석한 롯데 팬이 만든 응원문구.

이대호의 은퇴투어 사인회에 참석한 롯데 팬이 만든 응원문구.

두산은 기념 선물로 '이천 달항아리'를 준비했다. 이대호의 좌우명인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전풍 두산 사장, 김태룡 단장, 김재환이 이대호에게 선물과 꽃다발을 전했다.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씨도 함께 했다. 양팀 선수단은 잠실야구장과 롯데 자이언츠 엠블럼 및 이대호의 애칭 '빅 보이' 테마 은퇴기념 패치를 모자에 부착하고 사진을 찍었다. 롯데와 두산 팬들은 이대호의 응원가를 함께 불렀다.

두산 허경민은 "2015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었다. 함께 지내며 정말 편하게 잘해주셨다. 한국 야구 레전드와 같이 그라운드를 누볐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앞으로도 제2의 인생 변함없이 응원하겠다. 대호 선배께서도 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웃었다.

이대호가 제작한 기념 모자를 받아든 두산 허경민. [사진 두산 베어스]

이대호가 제작한 기념 모자를 받아든 두산 허경민. [사진 두산 베어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대호의 타순을 3번에서 4번으로 조정했다. 그는 "오늘은 이대호의 날이다. 역사상 최고의 4번 타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호는 KBO 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다. 베테랑 선수들은 이대호가 어떤 커리어를 가진 선수인지 잘 알기 때문에 존중한다"고 했다.

이대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두산과의 경기로 2010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꼽았다. 당시 두산은 1사 2루에서 조성환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대호와 승부했고, 이대호가 홈런을 때려냈다. 이대호는 "발목을 다친 상태에서 테이핑을 하고 진통제를 먹고 경기에 나갔다. 마지막 타석에선 고통을 참고 죽기 살기로 쳤는데 홈런이 나와 기쁘게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대호 은퇴 투어 기념 사진을 촬영한 두산과 롯데 선수들. [뉴스1]

이대호 은퇴 투어 기념 사진을 촬영한 두산과 롯데 선수들. [뉴스1]

이대호는 2017년 있었던 오재원과의 해프닝도 추억했다. 당시 이대호는 경기가 끝난 뒤 오재원을 불러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몇 년 전 오재원과의 사건이 있었다. 워낙 친한 사이다. 우리 팀이 지고 있어서 우스운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지 절대 상대 팀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대호는 "기분이 상하신 두산 팬들께 죄송하다. 떠나는 길이니, 오해를 풀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애교있게 사과했다.

은퇴투어 행사를 시작하기 전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대호. [연합뉴스]

은퇴투어 행사를 시작하기 전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대호. [연합뉴스]

이대호의 은퇴투어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KIA 타이거즈는 8월 13일(광주), NC 다이노스는 23일(창원), SSG 랜더스는 28일(인천), 키움 히어로즈는 31일(고척돔)에서 은퇴투어를 연다. 삼성 라이온즈는 9월 8일(대구), KT 위즈는 18일(수원), 한화 이글스는 20일(대전)에 진행한다. LG 트윈스는 9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인 9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연다. 마지막 은퇴 경기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