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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에 맞다 기절해도 "넘어졌다"…그 해병은 '꼰잘'이 무서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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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한 사병이 선임병으로부터 장시간 폭행당한 뒤 기절까지 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구타‧가혹행위로 인한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치료받고 있다고 한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가진 해병대 인권침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병 2사단 소속 A일병은 선임병의 장시간 구타 끝에 기절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 될 수 있었음에도 부대의 대처는 안이하고 부적절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2022.7.28/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가진 해병대 인권침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병 2사단 소속 A일병은 선임병의 장시간 구타 끝에 기절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 될 수 있었음에도 부대의 대처는 안이하고 부적절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2022.7.28/뉴스1

“‘죄송하다’ 1000번 외치고 40분간 폭행당해“

군인권센터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구타‧가혹행위 사건의 제보 내용을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에서 지난달 22일 A일병은 선임인 B상병과 초소 근무를 함께 섰다. 군인권센터 측은 “B상병은 자신이 낸 문제를 맞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A일병에게 정답을 100번 복창하게 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1000번 외치게 했다. 그리고는 ‘넌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며 명치를 때리고 A일병에게 개처럼 짖게 시키기도 했다”며 “1시간 30분 동안 차려자세를 시킨 뒤 A일병이 움직였다는 이유로 30~40분간 명치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A일병은 근무가 끝난 후 숨이 막혀 기절했다가 이를 발견한 중대장이 응급조치하고 민간병원으로 옮겨 새벽 1시쯤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당시 A일병은 가슴 연골이 붓고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선임에게 당한 인권침해를 외부에 알리면 기수 열외를 당하는 소위 ‘꼰잘’이라는 해병대 문화 때문에 간호사에게 폭행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넘어졌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해병대 조직 특성상 센터로 상담하는 사람들이 기수 열외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내 군 생활이 완전히 망가져 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에 따르면 기절 사건 이전에도 A일병은 줄곧 B상병의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센터 측은 “B상병은 A일병에게 소속 중대뿐 아니라 다른 중대의 기수를 외우라고 했다”며 “A일병이 외우지 못하자 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A일병을 불러 뺨을 7~8대 세게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너는 외우지도 못하니까 짐승”이라며 A일병에게 동물 흉내를 내도록 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 “‘네 정신력의 문제다’ 2차 가해도“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가진 해병대 인권침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병 2사단 소속 A일병은 선임병의 장시간 구타 끝에 기절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 될 수 있었음에도 부대의 대처는 안이하고 부적절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뉴스1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가진 해병대 인권침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병 2사단 소속 A일병은 선임병의 장시간 구타 끝에 기절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 될 수 있었음에도 부대의 대처는 안이하고 부적절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뉴스1

A일병이 퇴원 후 자대로 복귀한 이후에 부대원들의 2차 가해도 있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설명이다. 김 사무국장은 “소속 대대 주임원사는 A일병에게 ‘이 정도면 많이 쉬지 않았느냐’ ‘네 정신력의 문제다’라고 말하면서 마치 피해자가 인내심이 없어 이런 문제가 생긴 것처럼 탓했다”며 “A일병이 청원휴가를 나간 지난 13일에는 ‘다른 동기들도 구타를 당하는데 왜 너만 그러느냐’며 피해 호소를 꾀병쯤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현재 청원휴가를 나온 A일병은 PTSD, 우울감 등으로 정신과에 입원한 상태다. 군인권센터 측은 “가해자인 B상병은 다른 부대로 전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4월에도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충격적인 구타·가혹 행위와 성고문, 식고문 등이 발생했지만, 해병대가 가해자의 인권 보호 등을 운운하며 불구속 수사를 이어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면면에 인권침해를 ‘그럴 수도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그릇된 인식이 뿌리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인권 침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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