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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복 계약 따 주고 수억 뇌물 '꿀꺽'...도쿄올림픽 비리 일파만파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1년 연기되고 관련자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해 도쿄올림픽이 이번에는 대규모 뇌물 수수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뇌물 스캔들로 수사를 받는 사람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의 다카하시 하루유키(高橋治之·78) 전 이사다. 그는 올림픽 대회 스폰서였던 신사복 기업 아오키홀딩스에 심판단체복 등을 독점 공급하는 등의 이권을 챙겨주고 최소 4500만 엔(약 4억 3357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뇌무수수 의혹으로 일본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다카하시 하루유키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 이사.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뇌무수수 의혹으로 일본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다카하시 하루유키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 이사. [AP=연합뉴스]

이 사건을 수사하는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 26일 다카하시 전 이사의 자택과 올림픽 스폰서 선정을 담당한 광고회사 덴쓰(電通) 본사를, 27일엔 아오키 히로노리(青木拡憲) 전 아오키홀딩스 회장의 자택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8일에는 아오키홀딩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컨설팅료' 명목으로 금품 수수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다카하시 전 이사는 광고회사 덴쓰에서 전무를 지낸 임원 출신이다. 2011년 덴쓰 고문직을 퇴임한 뒤 2014년 6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로 취임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아오키홀딩스는 '비즈니스 및 포멀 웨어' 업종 스폰서로 선정됐는데, 스폰서 계약에는 올림픽에 일정 비용을 대는 대신 우선적으로 심판단체복을 제작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었다. 아오키홀딩스로부터 뇌물을 받은 다카하시 전 이사가 덴쓰에 압력을 가해 단체복 제작 권리를 계약서에 넣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아오키홀딩스는 2018년 10월 올림픽 후원사 중 하나인 '공식서포터'로 선정돼 심판단체복을 제작했다. 올림픽 엠블럼(상징)이 새겨진 정장 등 공식 라이선스 상품을 약 3만개 판매했다.

다카하시 전 이사가 대표로 있는 컨설팅회사 '커먼스'는 2017년 가을 무렵 아오키홀딩스 측과 컨설턴트 계약을 맺었다. 월 100만엔(약 960만원)을 기본으로 올림픽 폐막 무렵까지 약 4년 동안 최소 4500만엔이 다카하시 전 이사 측에 지불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수사에 따라 수수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올림픽 수입 절반은 기업 후원금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총수입 6404억엔(약 6조1438억원)의 절반이 넘는 3761억엔(약 3조6082억원)을 국내 기업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스폰서는 세계적으로 오륜 마크 등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올림픽 파트너(TOP·The Olympic Partner)가 있고 그 외에 골드 파트너, 공식 파트너, 공식 서포터의 4종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총회에서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됐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총회에서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됐다. [AP=연합뉴스]

각 스폰서 카테고리별로 후원금이 다르며 올림픽 파트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골드 파트너 이하는 조직위와 계약을 맺는다. 아오키홀딩스는 최하위인 공식 서포터였다.

올림픽조직위 이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특별조치법에 의해 공무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령한 경우 형법의 뇌물수수죄로 처벌될 수 있다.

아오키 전 회장은 검찰의 임의 사정청취에서 다카하시 전 이사 측에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다카하시의 힘에 기대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카하시 전 이사는 "올림픽과 관련해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며 뇌물 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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