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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대미 투자 80조원, 미국 주도 공급망 동참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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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격리중인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난 최 회장은 반도체·전기차(EV) 배터리·생명공학 등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NS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격리중인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난 최 회장은 반도체·전기차(EV) 배터리·생명공학 등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NS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나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홉 번이나 “생큐. 토니(최 회장의 영어 이름)”를 외치며 “이번 발표는 미국과 한국, 동맹들이 귀환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속속 동참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발표한 대미 신규 투자액은 605억 달러(약 80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이 220억 달러,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각각 105억 달러와 110억 달러다.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 때 총 520억 달러(약 68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던 SK그룹은 이날 앞으로 투자할 220억 달러의 구체적인 사업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생태계에 150억 달러,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 그린 에너지 분야에도 5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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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이러한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 4000개에서 2만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텍사스 주정부에 지난 5월 제출한 세제혜택 신청서에는 향후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 투자 발표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달 19~20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방한 등에 맞춰서 집중됐다. 조지아에 전기차·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뒤 50억 달러의 추가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에 105억 달러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LG그룹은 미시간주 배터리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를 통해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Chip) 4’ 참여도 압박하는 중이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공급망 구조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중국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이달 발간한 ‘한국은 미·중 기술 분쟁 노출에 대비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 중 중간무역(수입상품을 가공하거나 부가가치를 높여 재수출하는 형태) 비중은 39.8%나 됐다.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금액에서도 중간무역이 30.5%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해 제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관세를 높일 경우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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