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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 50개로 확대, 닭고기 넘어 퍼스트 키친 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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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가정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좋은 재료를 쓰고 공정을 첨단화해 가정식 그 자체(HMI·Home Meal Itself)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가정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좋은 재료를 쓰고 공정을 첨단화해 가정식 그 자체(HMI·Home Meal Itself)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신선한 식재료를 소비자가보다 더 싸게 사서 깨끗하고 맛있게 조리하는 거죠. 가정식 대체재(HMR·Home Meal Replacement)가 아니라 가정식 그 자체(HMI·Home Meal Itself)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하림 타워에서 만난 김홍국(65) 하림지주 회장은 간편식 시장에서 하림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하림은 지난해 10월 ‘더 미식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올해 5월 ‘더 미식 밥’ 등 가정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닭고기 생산을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하림이 가정 간편식 시장에 진출하면서 내세운 것은 가정식 그 자체라는 의미의 HMI다. 간편식이 빠르게 우리 밥상을 대체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공식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데서 기회를 봤다.

하림은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이점을 활용했다. 김홍국 회장은 “인공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닭뼈·돼지뼈·소뼈·대파를 20시간 저온에서 푹 고아 농축한 액상 수프를 담은 라면을 만들고, 즉석 밥도 밥과 물만 넣고 무균 공정으로 만들어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음식을 만드는 하림의 식품 공장을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이라고 표현했다. 김 회장은 “집 주방에서 하는 요리를 공장에서 대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집은 퍼스트 키친에서 만든 요리를 데우거나 간단히 조리해 즐기는 세컨드 키친(second kitchen)이 돼가고 있다”면서다.

좋은 재료를 쓰고 공정을 첨단화한 만큼 값은 비싼 편이다. 장인라면은 개당 2200원으로 신라면 블랙(1700원)이나 오뚜기 진짬뽕(1700원)보다, 더 미식밥(2300원)은 CJ제일제당 햇반보다 20% 이상 비싸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품질이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라며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 가격이 비싸도 제대로 된 식자재로 만드는 음식을 선택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답했다.

하림의 더 미식 라인은 향후 50여 개 품목으로 확대된다. 하반기에 아욱을 넣은 된장 라면과 김치라면, 부대찌개라면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맨손으로 양계 사업을 시작해 하림을 국내 축산업계 1위 기업으로 일군 대표적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15년 곡물 유통 사업을 위해 해운사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자산 10조원 규모의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운업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팬오션 인수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27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경제·계층 분과 민간 위원으로 합류했다. 새 정부에 기업인으로서 바라는 점에 대해 김 회장은 “시장에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 방종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도 하는 질서 자유주의”라며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정상적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기업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림이 대기업으로 지정이 되면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데 오히려 JBS나 카길 등 자산 규모가 훨씬 큰 글로벌 식품 기업은 국내 사업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며 “해외 업체는 부당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도 하는데, 국내 업체는 외려 모래주머니를 차고 사업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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