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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연애 리얼리티…OTT가 물꼬 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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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표정의 출연자들이 한 명씩 저택에 입장한다. “제 이상형은 키 175㎝ 이상에 자기관리 잘하는 사람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가족도 같이 소개받을 수 있는 진지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등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국내 OTT 웨이브가 지난 15일 공개한 예능 ‘남의 연애’는 한 집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찾으려는 6명의 남자들을 보여준다. [사진 웨이브]

국내 OTT 웨이브가 지난 15일 공개한 예능 ‘남의 연애’는 한 집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찾으려는 6명의 남자들을 보여준다. [사진 웨이브]

흔한 관찰 연애 예능의 첫 장면인 듯 보이지만, 줄줄이 입장하는 이들은 성별이 모두 남자다. 지난 1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첫 공개한 예능 ‘남의 연애’는 6명의 남자들이 8일간 한 집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찾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리얼리티’다.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밝힌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남의 연애’가 처음이다.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루는 예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TV 드라마에 동성애 코드가 등장하기만 해도 극렬한 반발이 일었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큰 변화다.

웨이브는 지난 8일에는 ‘메리 퀴어’라는 퀴어(다양한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말) 예능도 공개했다. ‘남의 연애’가 ‘하트시그널’(채널A), ‘환승연애’(티빙), ‘솔로지옥’(넷플릭스) 같은 짝짓기 예능이라면, ‘메리 퀴어’는 성소수자 커플의 일상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양성애자 등 3쌍의 퀴어 커플이 동거하며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다.

8일 공개한 ‘메리 퀴어’는 게이·레즈·트랜스젠더·양성애자 등 3쌍의 다양한 퀴어 커플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사진 웨이브]

8일 공개한 ‘메리 퀴어’는 게이·레즈·트랜스젠더·양성애자 등 3쌍의 다양한 퀴어 커플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사진 웨이브]

이미 오래전 커밍아웃을 한 방송인 홍석천을 필두로 신동엽, 하니로 이뤄진  ‘메리 퀴어’ MC 군단은 출연자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며 성소수자가 낯설 수 있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 1화에서 신동엽은 “처음 이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 ‘진짜 우리 사회가 달라졌구나, 다름을 인정하게 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퀴어 예능이 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달라진 사회적 인식도 있지만, ‘BL(Boy’s Love)’ 드라마 등 동성애 코드의 콘텐트가 OTT를 매개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흐름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웹소설 등의 업계에서는 이미 BL 등 동성애 콘텐트가 어느 정도 ‘돈이 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며 “퀴어 예능도 BL이 방송으로 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TV 채널에 비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OTT였기에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했다.

‘메리퀴어’와 ‘남의 연애’ 제작에 참여한 임창혁 웨이브 프로듀서는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성소수자들의 환경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그들의 생생한 삶 자체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퀴어 예능 제작 소식에 일부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거나 시청 연령 등급을 상향하라는 요구들이 방송 초반에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의견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다양성에 대해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 시각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폐지는 검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정성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성소수자들이 방송에 노출된 이후 의도치 않게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등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며 “이들을 단순 호기심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시선이 되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방송을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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