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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요코하마 참사' 16개월 만에 또 한일전 0-3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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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6개월 만에 또 다시 한일전 0-3 완패를 기록한 벤투호. '요코하마 참사'에 이은 '도요타 참사'로 불릴 만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16개월 만에 또 다시 한일전 0-3 완패를 기록한 벤투호. '요코하마 참사'에 이은 '도요타 참사'로 불릴 만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가 '요코하마 참사'를 당한 지 16개월 만에 또다시 일본에 참패를 당했다.

한국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특히 '요코하마 참사'로 불리는 지난해 3월 원정 친선경기에 이어 최근 2경기 연속 0-3으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역대 한일전 전적은 42승 23무 16패가 됐다. 2000년대 이후 전적을 놓고 보면 6승 7무 6패로 호각이다.

경기 풀리지 않자, 실망하는 벤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경기 풀리지 않자, 실망하는 벤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일전과 같은 달 U-16 대표팀 한일전 모두 0-3으로 지는 등 각급 대표팀이 연달아 일본에 무릎을 꿇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중국전과 홍콩전(이상 3-0승)을 모두 승리해 이날 비기기만 해도 대회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한국(승점 6·2승 1패)은 개최국 일본(승점 7·2승 1무)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일본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벤투 감독은 주축 유럽파를 뽑지 못하고 K리거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물론 일본도 같은 상황이었다.

원톱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제대로 된 골 찬스를 잡지 못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원톱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제대로 된 골 찬스를 잡지 못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4-1-4-1 포메이션 전술을 펼쳤는데, 중앙 수비수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깜짝 기용했다. 현 대표팀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어서다. 하지만 임기응변으로는 일본의 강력한 압박을 뚫을 수 없었다. 경기 시작 20초 만에 마치노슈토가페널티지역 앞에서 기습적으로 시도한 중거리 슈팅을 조현우가 쳐내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은 이후 경기 내내 시달렸다. 일본이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자, 당황한 한국 선수들은 제대로 공격 전개를 하지 못했다. 패스는 대부분 끊겼고 상대 페널티박스로 공을 투입하기조차 힘들었다. 벤투 축구의 특징인 '빌드업'이 실종됐다. 오히려 전반 19분 권경원이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우물쭈물하다 상대 압박에 공을 빼앗겼는데, 일본 소마유키 앞으로 흘렀다. 유키는 골 지역 왼쪽까지 드리블해 왼발로 슈팅했는데, 오른쪽 골대를 맞혔다. 전반 34분에는 소마의 코너킥이 바로 골문으로 향하는 것을 조현우가 힘겹게 쳐냈고, 곧바로 이어진 미즈노마고타의 오른발 슈팅은 역시 조현우가 간신히 잡아냈다. 반면 한국은 전반 내내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벤투호는 후반 4분 일본에 선제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지타 조엘 치마의 크로스를 받은 유키가 골대 왼쪽에서 뛰어올라 헤딩골을 터뜨렸다. 이때부터 일본은 패스 훈련을 하듯 한국 수비를 마음껏 헤집고 다녔다. 일본은 후반 18분 소마의 코너킥을 사사키 쇼가 헤딩 추가골로 승기를 잡았고, 후반 27분 고이타류타의 패스를 마치노가 왼발로 밀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의 유일한 득점 찬스였던 후반 32분 송민규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오는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 중인 벤투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대회는 '국내파 옥석 가리기'를 겸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A매치 기간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가 국내파들을 온전히 점검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는데, 전술 실험과 선수 발굴은 실패로 돌아갔다. 벤투 감독은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경기를 힜다. 승자의 자격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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