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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횟집아들 김민재, 나폴리 큰물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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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탈리아 SSC 나폴리의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왼쪽) 회장이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민재와 나란히 서서 사인하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데라우렌티스 트위터]

이탈리아 SSC 나폴리의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왼쪽) 회장이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민재와 나란히 서서 사인하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데라우렌티스 트위터]

이탈리아 SSC 나폴리가 27일 한국 축구대표팀 ‘괴물' 수비수 김민재(26) 영입을 발표했다.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73·이탈리아) 나폴리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민재와 나란히 서서 사인하는 사진을 올렸다. 앞서 김민재는 나폴리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전지훈련지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3+2년(2년 옵션 포함)이다. 바이아웃은 4500만 유로(약 587억원)이다. 이탈리아 외에 해외 다른 팀이 김민재를 영입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최소 이적료다.

김민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늘색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영어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김민재입니다. 이 팀에 합류해 정말 행복합니다. 곧 다시 만나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또 페네르바체 시절 영상을 올리며 “갑작스럽게 페네르바체를 떠나는 소식을 전해 죄송하다. 여기서 많은 경험을 얻었고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전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페네르바체는 디딤돌이 아니라 내 축구여정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나폴리가 김민재 영입을 발표했다. [사진 나폴리 트위터]

나폴리가 김민재 영입을 발표했다. [사진 나폴리 트위터]

키 1m90㎝인 김민재는 지난 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철벽 수비를 펼쳐 ‘벽’ ‘한국산 탱크’란 별명을 얻었다. 김민재는 올여름 스타드 렌(프랑스) 이적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세리에A의 나폴리가 ‘하이재킹(공중납치)’에 성공했다. 핵심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세네갈)가 첼시로 떠나자, 루치아노 스팔레티(63·이탈리아) 나폴리 감독이 러브콜을 보내 김민재의 마음을 돌렸다. 나폴리는 페네르바체에 이적료로 바이아웃 1950만 유로(261억원)를 지불했으며, 김민재에게 연봉 250만 유로(33억5000만원)를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인사하는 김민재. [사진 나폴리 인스타그램]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인사하는 김민재. [사진 나폴리 인스타그램]

김민재는 안정환(전 페루자), 이승우(전 베로나)에 이어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는 3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라디오 채널 ‘키스 키스 나폴리’는 김민재가 계백 장군 갑옷을 입은 합성 사진을 올리며 “우리 도시에 온 새로운 전사”라고 기대했다.

라디오 키스 키스 나폴리가 나폴리 입단을 앞둔 김민재를 계백 장군에 합성한 사진. [사진 키스 키스 나폴리]

라디오 키스 키스 나폴리가 나폴리 입단을 앞둔 김민재를 계백 장군에 합성한 사진. [사진 키스 키스 나폴리]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나폴리는 로마, 밀라노에 이어 이탈리아 제3의 도시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운명처럼 김민재도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남 통영 출신이다. 통영은 김호곤·김호·김종부·김도훈을 배출한 ‘축구 도시’이기도 하다.

2017년 김민재가 대표팀에 뽑히자 고향 통영에 내걸린 응원 현수막. [사진 김민재]

2017년 김민재가 대표팀에 뽑히자 고향 통영에 내걸린 응원 현수막. [사진 김민재]

김민재의 부모는 2017년까지 통영에서 ‘통영바다막썰어횟집’을 운영했다. 테이블 6개만 놓은 작은 음식점이었다. 김민재는 어린 시절 횟집에 달린 좁은 방에서 온 식구와 함께 살았다. 그는 학창 시절 선배들의 축구화를 물려받아 신기도 했다.  2012년 17세 이하 대표팀 소집 날 새벽, 아버지 김태균씨는 횟감을 운반하는 물차를 타고 7시간 고속도로를 달려 아들을 내려줬다.

같은 통영 출신인 김호곤 수원FC 단장은 6년 전 “통영 촌놈 김민재는 곧 대성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그 ‘통영 촌놈’이 나폴리 큰 물에서 뛰게 됐다. 통영은 굴과 이순신 장군, 꿀빵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통영횟집 아들 출신 김민재는 이제 나폴리에서 이름을 알릴 기회를 맞게 됐다.

나폴리에서 황금기를 보낸 디에고 마라도나. [AP=연합뉴스]

나폴리에서 황금기를 보낸 디에고 마라도나. [AP=연합뉴스]

김민재는 또 디에고 마라도나의 ‘나폴리 후배’가 됐다. 나폴리는 지금도 마라도나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다. 1984년 FC바르셀로나에서 이적한 마라도나는 1987년 나폴리의 첫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1989년에는 UEFA(유럽축구연맹)컵 우승을 이뤄냈다. 2020년 11월 나폴리 시민들이 신처럼 추앙하는 마라도나가 사망하자, 나폴리 구단은 홈구장 명칭을 아예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바꿨다.

그러나 1991년 마라도나가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15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회장이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1998년엔 세리에B(2부)로 떨어졌다. 이어 2004년 구단이 파산하면서 세리에C(3부)까지 추락했다.

나폴리 팬이자 이탈리아 유명 영화 제작자인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가 나폴리를 인수해 3년 만에 세리에A로 승격 시켰다. 마렉 함식, 에딘손 카바니, 이세키엘 라베치를 데려와 2011~1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세리에A 올해의 팀에 4차례 선정된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냈다. 공격수 로렌조 인시녜와 드리스 메르텐스,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도 팀을 떠났다. 대신 기존의 빅터 오시멘(나이지리아)과 이르빙 로사노(멕시코)와 함께 새롭게 합류한 ‘드리블 머신’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조지아)가 공격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 현대 시절 김민재. [중앙포토]

전북 현대 시절 김민재. [중앙포토]

김민재는 당장 주전 수비수로 뛸 수 있을까. 한준희 해설위원은 “김민재는 쿨리발리의 후계자로 영입된 케이스다. 아미르 라흐마니(코소보)와 주전 센터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앙 헤수스(브라질)는 주전급으로 평가 받지 못하며, 레오 외스티고르(노르웨이)는 잠재력을 보고 영입했다”며 “나폴리는 김민재가 쿨리발리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해 영입했다. 피지컬, 운동 능력, 전진 능력 등이 비슷하다. 쿨리발리 자리에 그대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포백을 쓴다. 한 위원은 “김민재는 페네르바체에서 스리백, 포백과 관계없이 잘해왔다. 유일한 우려는 쿨리발리의 대체자라는 부담감이다. 아주 강력한 베테랑과 비교되는 것만 이겨내면 잘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 세리에A 3위를 차지하며 새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다음 달 조 추첨이 열리는데, 토트넘은 2포트, 나폴리는 3포트다. 나폴리의 김민재와 토트넘의 손흥민이 꿈의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출생: 1996년 (‘한국의 나폴리’ 경남 통영)
체격: 1m90㎝, 88㎏
포지션: 중앙 수비
A매치 기록: 42경기(3골)
소속팀: 연세대-한국수력원자력-전북-베이징-페네르바체-나폴리

연봉: 3600만원(전북 1년차)→47억원(베이징)→28억원(페네르바체)→33.5억원(나폴리)

▶SSC 나폴리는...
창단: 1926년
연고지: 나폴리(세계 3대 미항)
홈구장: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마라도나에서 따옴)
감독: 루치아노 스팔레티(이탈리아)
회장: 아우렐리오 데라우덴티스(이탈리아 유명 영화 제작자)
우승: 세리에A 2회(1987, 1990), UFEA컵(1989), 코파 이탈리아 6회
주요선수: 빅토르 오시멘, 이르빙 로사노
지난 시즌: 세리에A 3위(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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