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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총질'에 묻힌 尹문자 '우리당 잘하네요'…시점 미묘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긴 권 대행 휴대전화 화면이 국회사진기자단의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긴 권 대행 휴대전화 화면이 국회사진기자단의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6일 오후 카메라에 포착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두고 정치권이 술렁대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준석 대표를 두고 윤 대통령이 오전 11시 40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강렬했던 ‘내부 총질’ 메시지에 상대적으로 묻힌 메시지가 있다. 21분 전인 오전 11시 19분 윤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내용의 메시지다. 카메라에 포착된 권 대행의 휴대전화 상단에 내용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하얀색 말풍선’이 있는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은 당일 “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도 관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추측된다. 텔레그램에서는 본인이 보낸 메시지는 녹색 말풍선으로,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는 하얀색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무엇을 잘했다고 본 것일까. 당내에서는 “단지 의례적인 칭찬으로 보기에는 시점이나 권 대행의 답장이 미묘하다”(당 초선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잘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오전 11시 19분은 권 대행이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이때문에 “국민의힘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설치에 집단 반발한 경찰을 겨냥해 파상 공세를 편 것을 칭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권 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은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으로 어떤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 용납받을 수 없다”며 “경찰의 항명은 군의 항명과 같은 무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원장도 “류삼영 총경 등 경찰서장들은 정복을 입고 국가와 국민에게 항명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파고들며 ‘안보 농단’ 의혹을 부각한 것을 윤 대통령이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민주당이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이나 경찰국 설치 논란 등을 겨냥해 공격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제 북송 사건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역공을 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우리 당‘도’ 잘했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두 사람의 앞선 메시지에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나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대정부질문 활약상을 칭찬하는 내용도 있지 않았겠나”라고 추측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예상치 않게 공개된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두고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집권당의 세세한 액션(행동)까지 손에 쥐고 흔든다는 인상을 줄까 봐 걱정”(여당 전직 의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당무 불간섭’ 원칙이 깨진 것 아니냐는 취지다. 당 3선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경찰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이나, 북송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등이 오로지 대통령 의중에 발맞춘 것이라는 오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무엇보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민생에 ‘올인’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게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원 구성 뒤 민생에 전력하려는 당의 모습을 원론적인 차원에서 ‘잘한다’고 표현한 것 아니겠나”(친윤계 의원)라고 방어하기도 하지만, 이런 해석은 상대적으로 극소수다.

여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일부 거친 표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며 “당을 칭찬한 것도 특정한 의도라기보다는 이 대표 징계로 혼란을 겪은 당이 재정비하는 과정을 격려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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