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카투사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이 만들어졌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설치된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식에 앞서 유가족 500여명이 먼저 찾는 행사가 열렸다.
추모의 벽은 작년 5월 착공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이자 우리 정부에서 제정한 ‘유엔군 참전의 날’에 맞춰 27일 준공식을 맞는다. 공원 내 ‘기억의 못’ 둘레에 높이 1m 높이의 화강암벽을 비스듬히 깎고 벽면에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천174명의 이름을 군별·계급·알파벳 순으로 각인했다. 이는 미국 내 참전 기념물 중 미국 국적이 아닌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첫 사례다. 카투사는 미군에 배속돼 함께 싸운 한국군이다.
행사에 참여한 유가족들의 손에는 하얀 장미꽃이 들렸다. 이들은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종이를 대고 연필을 문질러 탁본을 뜨며 고인을 추모했다. 직계 가족은 많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이 지난 탓이다.
추모의 벽 건립은 2016년 10월 미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 통과에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추진에 어려움을 겪자 총사업비 274억원 가운데 266억원을 보훈처가 지원했고, 나머지는 건립사업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 재향군인회, 한국 기업, 국민 성금으로 충당됐다. 보훈처는 향후 개보수 예산도 지원할 예정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은 전쟁으로 맺어진 양국의 인연과 우정의 징표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 준공식 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뿐만 아니라 한국전 당시 함께 싸운 유엔군의 봉사와 희생을 깊이 존경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