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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총리 추천” 임종석이 손잡은 강훈식…이재명은 ‘굳히기’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8ㆍ28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둔 26일, 친문재인계 핵심이자 86세대 운동권 출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훈식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2019년 11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이재명 의원 비판을 이어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비이재명계 후보의 손을 잡은 것이다. 당내에선 “임 전 실장의 참전으로 ‘1강 다약’의 전대 구도가 크게 출렁거릴 것”(서울 초선)이란 전망도 나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靑 비화까지 꺼내며 강훈식 지지…친명계 “반명 연대 만드나”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무너진 기본과 상식을 회복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전국 정당의 새로운 기틀을 만드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강훈식을 지지하고 추천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본인이 1973년생 강 의원을 국무총리로 추천했던 일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파격이면서도 실력과 안정감을 갖추고, 젊은 층에겐 물론 지역적(충남 아산)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강 의원의 총리 발탁을 문 대통령에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당시 김부겸 전 총리가 임명됐다.

임 전 실장이 강 의원을 지지하자, 친명계에선 “반명(反明)계가 공동 전선을 형성하려 한다”(수도권 초선)는 의심도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선 특정 후보를 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대선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의 행동은 반성도 성찰도 없었다. 염치없는 행동에 화가 난다”는 직격탄까지 날렸다.

박용진 "주민등록상 내가 형이다", 강병원 "싸가지 없이 맞먹는다"

‘양강 양박’(강병원ㆍ강훈식ㆍ박주민ㆍ박용진 의원) 중 강 의원이 임 전 실장을 등에 업는 모양새가 되자, 97그룹 주자들 간 미묘한 신경전도 시작됐다. 당초 세대교체라는 공통된 기치를 내걸고 ‘예비경선 후 단일화’ 논의도 진행했지만, 예비경선이 다가올수록 각자도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8일 예비경선에선 ‘중앙위원 선거인단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당 대표 후보가 8명에서 3명으로 좁혀진다.

8ㆍ28 전당대회에 출마한 97 주자 4인방이 26일 JTBC 썰전 라이브에서 토론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ㆍ강병원ㆍ박주민ㆍ강훈식 의원. JTBC 캡처

8ㆍ28 전당대회에 출마한 97 주자 4인방이 26일 JTBC 썰전 라이브에서 토론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ㆍ강병원ㆍ박주민ㆍ강훈식 의원. JTBC 캡처

이날 JTBC가 진행한 97주자 4인방의 토론회에선 나이를 둘러싼 신경전까지 벌어졌다. 박용진 의원이 강병원 의원을 향해 “97그룹 어쩌고 그러는데 강 의원은 89학번이다. 여기에 끼면 안 된다”고 쏘아붙이면서다. 이어 “주민등록상 제가 형인데, 강 의원은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며 본인이 형이라고 주장했다”라고도 말했다. 주민등록상 박 의원은 1971년 7월생, 강 의원은 1971년 4월생이다.

이에 강 의원은 “분명히 제가 형이다. 왜냐면 제가 1994년도에 서울대 총학생회장할 때, 박 의원은 (후배 학번으로)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하는 걸 봤다. 그런데 20대 국회에 들어오더니 당장 ‘싸가지’ 없이 맞먹자고 했다”고 폭로했다. 웃음 섞인 대화였으나,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가치와 방향이 맞는다면 97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비슷하게 얘기하던 강훈식ㆍ박주민 의원을 두고 강병원 의원이 “둘이 똑같다”고 꼬집는 장면도 나왔다. 이에 강훈식 의원이 “다르다”고 선을 긋자, 박주민 의원은 “왜 자꾸 나하고 선을 그으려고 그러냐”고 푸념했다.

97주자 분화 사이…조용히 표 모으는 이재명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불리는 이재명 의원은 분주한 물밑행보로 ‘대세 굳히기’에 돌입했다. 그는 이날 JTBC 토론에 초청받았지만 참여하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청취했다. 이 의원 측은 “우선 의정활동에 충실하게 임하면서, 예비경선 투표권이 있는 중앙위원들을 만나는 데 노력 중”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보단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통화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통화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특히 이 의원은 383명 중 39명에 달하는 민주당 고문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일부 고문단은 지난달 이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라”고 만류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이 거듭 “열심히 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며 고문단 기류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최근 고문들 간 회동을 가졌다는 한 고문은 “이 의원의 겸손한 모습에 마음을 돌린 고문이 꽤 많다. 과반은 이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위원장(86명)의 지지도 이 의원이 기대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엔 원외 지역위원장들 30여명과 서울역 인근 중식당에서 회동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가 아닌 서울역 인근을 장소로 택한 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역위원장들을 배려한 조치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위원장은 “86명 중 30여명이 굳이 지역에서 올라와 한날 한자리에 모인 건 이 의원을 지지하겠단 뜻 아니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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