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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총경회의 국기 문란”…경찰 내부선 “14만 경찰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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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집무실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신설된 경찰국에서 인사와 경찰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집무실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신설된 경찰국에서 인사와 경찰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경위·경감급 전국현장팀장회의 주최 측은 30일로 예고된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키로 했다. 정부에서 “중대한 기강 문란”이나 “쿠데타”와 같은 강경 발언 기조가 이어지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해 경찰청으로부터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총경이 26일 오후 전체 경찰회의를 만류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린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30일 회의가 참석자 규모 등에 따라 ‘경란(警亂)’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지난 전국총경회의 등 경찰 내부 반발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이어 재차 ‘국기 문란’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역시 전날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한 데 이어 이날도 “부화뇌동(附和雷同)이며,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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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쿠데타 표현 과했지만 절실함 담겨”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라고 표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날 발언과 관련해 “표현이 좀 과하기는 했지만 사안의 절실함과 중대성으로 볼 때 장관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의에 “절실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찰을) 쿠데타 세력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경찰이 쿠데타를 하기 위해 모였다, 그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전국현장팀장회의를 처음 제안한 김성종 서울광진경찰서 경감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김 경감에 따르면 참석자는 1000여 명 규모로 예상된다. 회의는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지난 23일 50여 명이 현장에 참석하고, 140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한 전국총경회의보다 규모와 범위가 더 커지는 것이다. 장소도 충남 아산인재개발원 강당이 아닌 대운동장으로 바뀌었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더는 집단 의사표시 행위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집단 반발의 세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김 경감은 ‘쿠데타’ 발언을 겨냥한 듯 “이번 회의는 총, 무기와 1도 관계없는 저 혼자서 기획·추진하는 토론회로 쿠데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썼다.

대통령과 장관의 강경한 언사에 일선에선 “벌써 국기 문란 2범이 됐다” “이제 국기 문란 상습범이다”는 등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법률적 문제를 떠나 대통령과 장관의 발언에 이미 여러 번 상처를 받았다”며 “경위·경감급은 잃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 쉽게 말릴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빨리 조직을 안정시키고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한 윤 후보자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다음 달 4일로 잡힌 국회 인사청문회에 집중하면서 이후 총경급 워크숍 등을 통해 소통 행보를 늘려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윤석열 정부 경찰장악저지 태스크포스(TF)를 당 차원의 대응 기구인 ‘경찰장악저지 대책위원회’로 격상하는 등 총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경찰국 반대’ 국회 청원 10만 명 넘어

변수는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의 제안이다. 류 총경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전국 총경회의 이후, 경찰국 설치 및 지휘규칙 신설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국회에서도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서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고 썼다. 류 총경의 글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 참여 인원이 이날 시작 여덟 시간 만에 10만 명을 돌파한 직후 올라왔다. 국회법상 10만 명을 넘으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정식으로 해당 안건을 다뤄야 한다.

류 총경은 동료 경찰관들을 향해선 “정제되지 않은 의견 제시와 항의만으로 경찰의 민주적 통제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며 “일단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을 살펴봐 주시고, 지지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류 총경의 글이 올라온 이후 경찰청은 27일부터 3일간 전국 18개 시·도 청장 주관으로 현장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 12명을 포함해 총 13명을 증원 배치하는 내용이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안은 다음 달 2일부터 공포·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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