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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젠 사도될까? 밸류에이션 측정 참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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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가치는 얼마? 어떻게 평가하지? 셔터스톡

비트코인의 가치는 얼마? 어떻게 평가하지? 셔터스톡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가격이 5월 '루나 사태' 이후 바닥을 모르고 떨어져 시장 자체에 비관론이 확산했습니다. 인생을 비관한 충격적인 사건·사고도 있었고요. 최근 살짝 반등을 시도하곤 있지만, 이 자산엔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 그럴만한 이유도 있죠. 암호화폐라는 자산의 가격은 지금이 바닥인지, 아직 바닥이 더 남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회계지표로 적정가격을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른바 밸류에이션(Valuaton)이 어렵다는 것.

자산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게 타이밍! 이 타이밍을 정하려면 밸류에이션을 정확히 측정할 줄 알아야 하죠. 지금 가격이 저평가됐다면 사면 되고, 너무 고평가됐다면 팔면 되겠죠. 오늘 디저트에선 암호화폐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얘길 해볼까 합니다. 과연 밸류에이션 자체가 가능한지부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암호화폐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살아남은 만큼 다양한 밸류에이션 기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정확해야 투자 타이밍을 정할 수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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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회계에서 자산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은 현금흐름 분석이었습니다. 임대수입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입지 좋은 빌딩의 가격이 비싼 것처럼, 주식도 기업이 창출해 낼 실적, 즉 현금흐름이 좋은 곳의 주가가 좋아지기 마련이죠. 당장 현금흐름이 나오지 않는 신생기업이나 바이오기업도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해 가치를 측정합니다. 사람도 몸값을 높여 고액 연봉을 받고 싶다면, 결국 회사에 더 많은 현금을 안겨줄 수 있는 특수한 기술·자격을 갖추는 게 유리하죠. 청년들이 스펙 따기에 열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런데 암호화폐는 기존 화폐와 교환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만 있지, 자산 자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배당·이자·임대료 등 별도의 현금흐름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회계에 엄격한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적정가격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니, 애당초 투자할만한 자산이 아니라고 보기도 하죠. 워런 버핏이 대표적.

현금흐름 분석은 자산 가치 예측의 기본! 셔터스톡

현금흐름 분석은 자산 가치 예측의 기본! 셔터스톡

그러나 가상자산 연구자들은 기존 현금흐름 분석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암호화폐의 가격을 측정해 보려고 시도했습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메트칼프의 법칙

미국의 전기공학자 로버트 메트칼프가 네트워크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건데, 한마디로 네트워크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가치가 증가한다는 법칙입니다.

서울 홍대입구 상가 가격이 경북 안동 농촌지역 상가보다 비싼 건 네트워크 때문이죠. 비트코인도 일종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참여자 수가 늘수록 가치가 증가한다는 법칙을 암호화폐 밸류에이션에 써보자는 겁니다. 다만, 세뱃돈 정도로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도 1명이고, 수백·수천억 단위로 거래하는 기관도 1명인데 이들이 네트워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할 수 없다는 심각한 한계점이 있죠.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 제곱에 비례한다. 비트코인도? 셔터스톡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 제곱에 비례한다. 비트코인도? 셔터스톡

②화폐수량설

'통화량과 화폐유통속도를 곱한 값은 재화의 평균 가격과 생산량을 곱한 값과 같다(MV=PQ)'는 고전 경제이론(화폐수량설)을 암호화폐 밸류에이션에 끌어온 겁니다. 즉,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다면 시중 통화량과 화폐 유통 속도가 재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다만 이 이론 자체도 케인즈 경제학 등장 이후 도전에 직면한 것처럼 절대적인 법칙도 아닙니다. 더구나 화폐 유통 속도를 어떻게 정확히 계산할 거냐도 난제.

③원가접근법

재화의 적정가격은 결국엔 원가로 수렴한다는 이론. 재화가격이 원가 이상으로 오르면 이득을 얻으려는 공급자들이 늘죠. 그럼 또 가격이 떨어져서 다시 원가 수준으로 내려가죠. 반대로 가격이 원가 이하로 내려간 재화는 공급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다시 가격이 올라 원가 수준에서 수렴한다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비트코인의 생산원가를 측정해서 접근하려는 시도죠. 하지만 이것도 재화의 사용가치에 따라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삐삐(어떻게 생긴 지 모른다면 아래 사진 참조)를 생산원가가 10만원 들었다고 해서 10만원을 적정가격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결국 사용가치도 중요한데, 현재로선 암호화폐의 사용가치는 여전히 물음표.

이거 만드는 데 원가 10만원이 들었다고, 10만원에 팔 수 있을까?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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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시장가치/실현가치 비율(MV/RV)

비트코인 거래는 온체인과 오프체인으로 나뉩니다. 블록체인에 영원히 기록되는 지갑 간 거래는 온체인 거래라고 하는데, 모든 거래가 공개돼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기고 시간도 오래 걸리죠. 그래서 블록에 기록하지 않는 오프체인 거래도 나타나게 됩니다.

MV/RV 비율은 모든 종류의 거래로 형성되는 비트코인의 시장가격(Market Value)을 온체인 거래로 실현한 가격(Realized Value)으로 나눈 값입니다. 거칠게 비유하면 새벽 어시장에서 바다에서 생선을 '채굴'해 온 어부와 생선장수들끼리의 경매 낙찰 가격은 RV, 일반 소비자 모두가 참여해 형성하는 가격은 MV인 셈. 소비 심리가 과열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고평가될 수 있고, 반대로 심리가 위축되면 저평가될 수도 있죠. 이것도 일반 시장가격을 '선수들'끼리의 가격으로 나눈 것일뿐 절대적인 가치 척도로 삼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양한 비트코인 밸류에이션 측정 방식을 살펴봤는데, 정교한 모델이 구축되려면 아직 시간이 꽤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여전하고요. 개미에게 암호화폐 투자는 참 어렵습니다. 난해한 기술용어도 어렵지만,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처럼 개미들이 활용할 밸류에이션 측정도구가 아직 마땅찮다는 게 '안갯속 길찾기'처럼 불안하게 만들죠. by.앤츠랩

이 기사는 7월 2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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