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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공식 뒤집은 '우영우'…대박의 시작은 3년전 이 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식 PD(왼쪽)와 문지원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ENA]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식 PD(왼쪽)와 문지원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ENA]

“드라마가 평양냉면처럼 심심한 편이어서 초반부터 이런 열렬한 반응은 상상도 못 했죠.”

신드롬 급 인기를 끌고 있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의 말이다. 드라마는 1회 0.9%에서 시작해 8회 만에 13.1%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유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26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흥행 소감과 제작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은사에게 연락와…그저 감사할 뿐”

유 감독은 “얼마 전 고교 은사님이 ‘아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봤다’면서 문자를 주시기도 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드라마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문 작가도 “커피숍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분들이 드라마 관련 토론을 하거나, 버스에서 드라마를 보는 분들을 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놀라기도 했다.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타 작가, 한류 배우 등 뻔한 흥행 공식 없이 이런 대박 작품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문 작가가 집필했고, 우영우처럼 자폐를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가 나오는 영화 ‘증인’(2019)이 출발점이었다. 문 작가는 “3년 전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PD들이 찾아와서 ‘증인’을 재미있게 봤는데 지우가 성인이 돼서 변호사가 되는 것이 가능하냐, 그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냐고 물어봤다. ‘가능하고 재미있을 것 같고, 내가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폐 장애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잇달아 쓴 문 작가는 “자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스릴러 영화를 구상하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던 게 시작이었다”며 “자료 조사를 하면서 강한 윤리의식, 특정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기억력 등 자폐인의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닫게 됐다.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 스릴러를 기획하다가 톤이 완전히 바뀌어서 ‘증인’ 같은 영화가 나오게 됐다”고 돌이켰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문지원 작가(오른쪽)와 유인식 PD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ENA]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문지원 작가(오른쪽)와 유인식 PD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ENA]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한 문 작가는 판례 선정 과정에 대해 “미국 드라마의 경우 에피소드마다 전문 작가들이 집단 지성으로 대본을 쓰기 때문에 깊이와 밀도가 굉장하다. 그런데 나는 혼자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금방 밑천이 드러날 것 같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호사들이 쓴 에세이부터 접근했고, 그 중 변호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은행 등 현장 검증을 가는 에피소드 등 다양한 기준을 갖고 선정했다”고 말했다.

영우의 애착 대상인 고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연출은 유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감독이 8화까지 대본을 썼을 때 합류했는데, 영우의 내면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만한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했는데, 고래로 한 이유는 일단 멋있게 생기지 않았나.(웃음) 미장센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가 있어 고래로 정했다.”(문 작가)

유 감독은 1년을 기다리면서까지 캐스팅한 배우 박은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쉽지 않은 배역이어서 배우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는데 배우의 색깔이 캐릭터를 잡아먹지 않고 집중력과 기본기를 지닌 배우가 흔치 않았다”며 “박은빈 외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기다렸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박은빈 포레버’라 말하고 싶다”며 웃었다.

‘장애 미화’ 논쟁…“겸허히 경청”

둘은 '자폐 미화' 등 작품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문 작가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건 우리 드라마라기보다는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들을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고 있다”며 “드라마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분들께도 공감하고,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시청자 반응 중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가 올린 영상에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낀다고 생각했던 빛나는 부분들이 사회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 하는 느낌 때문에 이 드라마를 사랑하게 됐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걸 보고 많이 울기도 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하지만 ‘우영우가 자폐인을 대표할 수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영우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개연성과 진정성을 담으려 애썼지만, 어쩔 수 없이 다루지 못한 측면에 대한 아쉬움에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16부작인 ‘우영우’는 27일 방영되는 9화부터 후반부에 접어든다. 유 감독은 “전반부가 ‘우영우가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었다면, 후반부는 어떤 게 훌륭한 변호사인가에 대해 영우 나름대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며 “한바다의 다른 캐릭터들도 각자의 고민을 맞닥뜨리고 변화 및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작가는 끝 인사로 시청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순두부 계란탕’ 같은 밝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이지만, 그 안에 예민한 소재와 낯선 형식, 업계 관례를 따르지 않는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거든요. 유 감독님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밀고 나가주셨기 때문에 모든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좋은 떡밥’만 주어진다면, 시청자들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쏟아내면서 풍요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그 또한 굉장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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