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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자회사 처우도 좀 올려라" 네이버 노조, ‘퀘스트’ 투쟁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22.07.26 18:05

업데이트 2022.07.26 18:39

"본사와 임금을 똑같이 하자는 게 아니다. 같은 비율로 임금을 인상해달라, 최소한의 업무 조건을 맞춰달라는 거다."

26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은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IT 대기업 노조가 자·손자회사 직원들의 보상·처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네이버가 처음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2018년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처음 노조를 결성, 판교 노조의 진원지로 꼽힌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 풀파워업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 풀파워업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네이버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체교섭을 체결하지 못한 5개 계열사의 임금인상과 복지혜택 개선 등을 요구했다. 본사 직원과의 임금, 복지, 휴가 등 근무조건 차이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개 계열사는 ▶그린웹서비스 ▶NIT서비스 ▶NTS ▶인컴즈 ▶컴파트너스로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I&S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이버의 손자회사들이다.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고객·광고주 문의, 콘텐트·서버 운영, 네이버 신규 서비스 출시 및 운영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전체 직원 수는 2500명에 달한다. 이 5개 회사 직원 외에, 본사 소속 노조원들도 이번 쟁의를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이들 5개사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네이버 I&S와 임금·단체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조정도 중지됐다. 중노위는 노사 입장차가 커 조정이 어렵다고 봤다. 이에 네이버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내부 투표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왜 중요해  

① 판교 IT노조로 확산하나 : 그동안 판교에 기반을 둔 IT·게임 회사 노조들의 처우 보상 요구는 주로 본사 개발자 등 핵심 인력 위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다른 IT·게임 기업들도 서비스 지원조직은 자회사로 두는 등 네이버와 운영 구조가 비슷해, IT서비스직 노동 문제가 다른 기업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쟁의행위를 5단계로 나눠서 설명하는 오세윤 네이버 '공동성명' 지회장. 최종 단계인 아주매운맛에 파업을 명시했다. 여성국 기자

쟁의행위를 5단계로 나눠서 설명하는 오세윤 네이버 '공동성명' 지회장. 최종 단계인 아주매운맛에 파업을 명시했다. 여성국 기자

오세윤 지회장은 올해 카카오·넥슨의 자회사들이 최근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한 사례를 들며 "네이버도 비용을 짜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구성원 모두에서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날 "네이버 5개 계열사 노동자 문제는 전체 IT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② 쟁의행위도 게임처럼 : 네이버 노조는 단체행동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며 제조업 노조의 쟁의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선, 쟁의 행위를 ▶착한맛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 등 5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단체행동을 '퀘스트'(임무 수행을 뜻하는 게임용어)로 부르기로 했다.

[뉴스1]

[뉴스1]

예를 들어, 노조 가입 독려와 온라인카페 가입은 착한 맛, SNS 글 공유 등이 순한맛에 해당한다. 온라인 집회는 보통맛, 오프라인 집회는 매운맛, 최종 단계인 파업은 아주매운맛으로 명시했다. 노조는 협상 상황에 따라 단체행동 수위를 높일 계획이지만, 아주매운맛(파업)보다는 사측 과의 대화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오세윤 지회장은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네이버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 요구는

네이버 본사와 자·손자회사 직원 간 임금·복지 격차를 장기적으로 좁혀 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5개 계열사 중 신입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연봉 2400만원 수준으로 네이버 본사 초봉과 비교해 약 2000만원 이상이 차이 난다"고 주장한다. 5개 법인에 대해 ①일괄 10% 수준의 임금 인상과 ②월 15만원의 개인 업무지원비(네이버 본사의 절반 수준) ③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네이버 사측은  

교섭 상대인 5개 계열사의 사측은 회사별로 5.6~7.5% 임금인상률은 적용할 수 있지만, 개인 업무지원비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전담기구 설치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계열사는 각 법인이 독립 경영을 하는 주체로 모기업이 별도의 계열사 문제에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도 네이버 노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나 자회사 관련 네이버와 같은 이슈가 불거진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 게임사 관계자는 "자회사의 근무 조건, 요구 등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IT 회사들이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회사들을 늘려왔다. 현재는 자회사 대표들과 교섭을 하고 본사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수준이지만 교섭 태도에 따라 본사를 직접 조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가는 길에 있는 봇들저류지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판교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가는 길에 있는 봇들저류지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판교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앞으로는  

네이버 노조는 손자회사들이 네이버 본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만큼 손자회사 직원 처우 개선에 본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 교수는 "노조가 본사의 책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인사, 예산, 실제 관리·감독 권한을 네이버가 행사했다면 향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법률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네이버 본사는 이들 손자회사의 경영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변수는 네이버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다. 노사 자율 해결이라는 현 정부 노동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게임회사 웹진의 경우 지난 5월 파업을 예고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중재 이후 노사 교섭을 통해 입금협약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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