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M학' 가르치는 K팝 학교…“시범 교육에 1200명 몰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엔터

K엔터’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홍종화 교장이 SMU의 녹음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SMU]

홍종화 교장이 SMU의 녹음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SMU]

‘SMU(SM Universe) 초대 교장’
한국 ‘1호 프로듀서’ 작곡가 홍종화(60)에게 최근 추가된 직함이다. SMU는 SM엔터테인먼트가 종로학원, 에스팀이 합작해 K 스타 시스템을 전수하기 위해 지난 4월 설립한 교육 시설이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열려있어 출범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고 최근 실시된 8주간 시범교육에는 지원자 1200명이 몰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트레이닝을 거쳐 콘셉트를 잡아 유행을 만드는 지금의 K팝 스타 육성 시스템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교장은 이 시스템 탄생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SM엔터테인먼트 전신인 SM 기획이 배출한 첫 ‘기획형 스타’ 현진영의 데뷔앨범의 ‘슬픈 마네킹’ ‘야한 여자’ 등을 작곡했다.호원대학교 실용음악학부 겸임교수(2008~2011)를 거쳐 현재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일렉트로닉뮤직프로덕션 겸임교수(2013~현재)로 재직 중이다. 홍 교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MU에서 만나 전파하고자 하는 K팝 스타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SMU 교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
학원 여는 과정부터 함께 했다. SM 고문으로서 여기에 관련되는 방향성을 마련했고 시설, 기자재 등등을 세팅하는 과정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렸다. 이 건물이 압구정동 521번지이고 예전 SM 연습생이 쓰던 뒤편 건물도 교육기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운영하나.
60명 정원으로 운영한다. 정규 과정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5월 초부터 시범과정을 8주간 무료로 실시했다. 서울예대, 동아방송예대 등의 졸업생이 전임 선생님을 맡고 있고 더불어 특강 강사를 두고 있다.
SMU의 강의실 내부. [사진 SMU]

SMU의 강의실 내부. [사진 SMU]

시범 과정에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고.
SM타운 홈페이지 공지로만 1차에 약 1200명의 지원자가 모집됐다. 2차 오디션을 통해 59명이 합격했다. 보컬과 댄스, 프로듀서, 모델, 연기 4개의 전공을 두고 있다.
대학 수시 지원자와시절과는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다. 무엇을 봤나.
K팝과 한류의 셀러브리티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봤다. 아무래도 연령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SM에서 연습생 과정을 겪는 연령대와 흡사할 수 있다.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대학에서 강연하다가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치니 힘들진 않나.
그런 부분들을 많이 걱정했다. 사춘기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힘든 나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히 본인들의 인생관과 예술관,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이 있어 대학생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술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뜨거운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했다.
8주 안에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
좋은 결과가 나왔다. SMU 교육을 통해 팀이 만들어졌다. ‘UNIS(Z)’(유니즈)라는 팀인데 팀명도 본인들이 지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SM의 연습생 한 명 정도만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SM 캐스팅 센터에서 팀이 된 다섯 명 모두를 오디션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캐스팅 센터장이 ‘과거에도 연습생으로 지원한 친구가 있는데, SMU 교육을 통해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다시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자체만으로 보람차다.
커리큘럼을 설명해달라.
어떻게 보면 중3~고1 학생 수준보다는 약간 높을 수 있어서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친구들을 만나니 이미 본인들이 집에서 컴퓨터로 기본적인 음악 작업 환경을 세팅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트랙을 만드는 것을 연습했더라. 보컬의 경우도 실용음악 학원을 통해 준비된 친구들이 많았다. 우리는 SM 연습생 시스템에서 해왔던 부분들을 그대로 알려주고자 했다.
정식 교육이 시작되면 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내가 대학 수업에서 가르쳤던 내용을 그대로 해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디테일한 사항까지도 학생들이 독학으로 배운다. 시범 과정에서도 기본적인 것은 다 아는 학생들이 뽑혀서 한 발 나아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믹싱, 엔지니어 마스터링 등의 이론을 SM의 수석 엔지니어로 있는 남궁진 엔지니어가 전체 특강을 맡아 진행했다. 나와 함께 토론하듯 토크쇼 형태로도 수업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마스터링 스튜디오 소닉코리아 출신들도 특강을 했다.

관련기사

H.O.T. 강타, S.E.S 바다도 특강을 했다.
SMU가 된 지금 이 건물과 바로 직전의 방배동 연습실까지 경험했던 소위 ‘SM 1호’들이 특강을 하니 의미가 남달랐다. 본인들도 보람과 의의를 느낀다고 했다. 바다는 직접 만든 소품을 가지고 왔고 학생한테 선물로 줄 간식, 인형까지 챙겨왔다. 내게도 강타와 바다의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승무 감독 겸 교수, 재즈 싱어송라이터이자 호원대 교수인 손성제 등 여러 강연자가 사운드에 대한 특강을 했다.
홍종화 교장과 SMU 특강 강사로 온 가수 강타. [사진 SMU]

홍종화 교장과 SMU 특강 강사로 온 가수 강타. [사진 SMU]

K팝의 육성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배우고 싶어한다고. 
사우디아라비아뿐만이 아니라 스웨덴 쪽에서도 K팝에 대한 관심이 높다. 7월 중순에 퍼블리싱 회사인 에코 뮤직 라이츠 대표가 방문해서 SMU를 견학했다. 8주간 시범 교육을 통한 결과물을 보여줬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놀라더라. 스웨덴에서 60명 학생을 데리고 올 테니 K팝과 댄스를 알려달라고 협조 요청을 해왔다. 좋은 협업이 될 것 같아서 내부에서 이성수 SM 대표 등과 논의 중이다.
홍종화 교장과 SMU 특강 강사로 온 S.E.S 바다. [사진 SMU]

홍종화 교장과 SMU 특강 강사로 온 S.E.S 바다. [사진 SMU]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외국인한테도 맞을까.
그 부분이 걱정이었다. 버클리 음대, 연세어학당 등에서는 K팝과 연계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K팝 문화, K컬처 전반을 체험해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너무 그쪽 문화에 맞추려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고 본다. 이제는 좀 더 한국적인 것을 알려줘도 된다. 개인적으로도 경희대 대학원 국제학부에서 유학생 대상으로 대중문화 강의를 하는데 100% 한국어로 한다.
K팝으로 성공하는 문턱이 좁은데, 어떤 가능성을 보고 학생들을 뽑는지.
누구나 보는 눈은 같다. 잘하는 친구를 보는 눈은 선생님들이 다 비슷하지만,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방향성이 다를 수가 있다. SMU는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어떠한 요소를 갖춰야 하는가를 본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보컬, 댄스 실력이 있어야 하고 학생의 성장까지도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SMU의 강의실 내부. [사진 SMU]

SMU의 강의실 내부. [사진 SMU]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결국은 자기관리다. 그다음에 디테일을 가져야 한다. 만약 팀이라고 하면 손끝 모양까지 정확히 맞출 수 있게 디테일을 놓쳐선 안 된다. 보컬도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자기한테 잘 맞는 스타일의 창법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게 본인에게 맞으면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개발을 해야 한다. 학생에게 맞는 보컬이 어떤 것인지 선생님들이 계속 알려줄 의무가 있다.
좋아하는 보컬 취향은 어떻게 정하나.
그 자체가 나도 변하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 계속 변한다. 1960년대 레전드인 비틀스가 갑자기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하고 창법을 바꾼다면 절대 반대다. 그렇지만 지금 시대엔 흐름을 타는 것이 좋다. 2022년에 들어서는 탑 라인(멜로디) 위주의 노래가 인기다. 4~5년 전만 해도 비트가 강한 음악이 인기였다.힙합과 랩은 반복되는 점이 있고 가사 내용에서도 다양한 편은 아니다. 지금 K팝은 좋은 메시지를 멜로디에 담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방탄소년단(BTS)도 UN에서 ‘나부터 사랑하자’라는 메시지를 말하지 않았나. 그런 메신저에 있어서 K팝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이렇게 변화하는 것이 대중음악의 재미다.
요즘은 음악을 만들기 쉬워진 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다. 요즘은 트렌드에 맞는 음악 샘플들이 수천 가지가 있다. 이것을 조합하면 트렌디한 음악을 짜맞출 수 있다. 요즘은 송 캠프를 통해 3~4명이 노래를 만든다. 그렇게 모여서 트렌드에 맞는 트랙을 만들 수는 있다. 그렇지만 탑 라이너(멜로디 작곡가)로서의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내가 2003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느낀 것이 바로 멜로디 라인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첫 번째는 클래식을 배워야 한다. ‘EDM을 할 건데 왜 클래식을 배우냐’란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스웨덴 3인조 EDM 그룹)의 음악은 막 불타오르지 않나. 그룹 아바의 멜로디는 지금 들어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렇게 영원히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클래식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음악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 클래식부터 최신 음악까지 리듬, 멜로디 등 다각도로 분석하고 토론을 해봐야 한다. 옛날의 송폼(Songform)과 지금의 송폼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변천사 공부해야 한다. EDM만 하는 친구들은 피아노를 못 쳐도 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이를 뛰어넘지 않으면 탑 라이너가 되지 못하고, 아티스트가 되지 못한다.
SMU의 강의실 내부. [사진 SMU]

SMU의 강의실 내부. [사진 SMU]

SMCU(SM Culture Universe)에서 SMU의 역할이 있나.
우리도 유니버스다. 기독교에서는 광야를 통과해야 가나안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늘 광야에 있었다. 광야를 넘어 새로운 한류가 나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무언가 나오고 있다. SMU에서는 미래에 대비한다. 지금 메타버스 이야기가 나오곤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오큘러스 퀘스트2(VR 헤드셋)를 좋아해서 매일 하지만 보편화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지금 광야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이것을 넘어서 진정한 메타버스로, VR기기가 없으면 못사는 세상이 조만간 오리라 생각한다. 그에 맞는 고품질 콘텐트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SMU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란 질문을 시작으로 나아가야 한다.
SMU의 미래는 뭔가.
한국 학생뿐 아니라 전 세계 학생들이 이곳에서 K팝, K컬처의 전도사가 되는 것이 내가 꿈꾸는 미래다. 과거엔 한국이 세계로 나간다는 것은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이렇게 타이밍이 좋을 때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성된 한국의 문화들이 스테디셀러처럼 정착됐으면 좋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