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소주 음주량은 줄고 와인·맥주·탁주 등의 알코올 함량이 적은 저도주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강창범 건강증진사업센터장은 26일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최 제3차 미래건강전략 포럼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강 센터장은 코로나19 이전, 지난해 7월(1057명), 단계적 일상회복 시기인 지난해 11~12월(3600명) 음주행태를 조사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음주가 잠깐 줄었으나 지난해 7월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월 1회 이하 술을 마신다는 응답자(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는 코로나 이전 40.2%에서 코로나 초기(2020년 1~7월) 54.3%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42.4%로 줄었다.
반면 주 2~3회 음주는 코로나 이전 22.1%에서 코로나 초기 16.4%로 줄었다가 지난해 11월 19.7%로 증가했다. 주 4회 이상 음주는 코로나 이전 4.6%에서 죽 늘어 지난해 11월 10.9%로 올랐다.
음주량도 비슷한 추세이다. 한 자리에서 1~2잔 먹는 비율은 코로나 이전 26.6%에서 코로나 초기 34.5%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11월 24.9%로 줄었다. 3~4잔, 5~6잔, 7~9잔, 10잔 이상 마시는 비율은 코로나 초기 이후 증가한다. 특히 10잔 이상은 코로나 초기 9.2%에서 지난해 11월 11.9%로 늘었다.
폭음(남성은 7잔, 여성은 5잔 이상) 빈도도 마찬가지다. 주 2~3회는 코로나 이전 6.9%에서 지난해 11.4%로, 주 4회 이상은 2.8%에서 5%로 뛰었다.
주종이 달라졌다.
와인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코로나 이전 0.8%에서 코로나 이후 6%로 늘었다. 맥주도 47.5%→51.9%로, 탁주도 3.5%→5%로 저도주가 전반적으로 늘었다. 반면 소주는 39.8%에서 31.2%로 뚝 떨어졌다.
혼술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1월 이전 혼자 술을 마신 비율이 21.7%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개시 이후 8.2%로 크게 줄었다. 가족과 마신 비율도 비슷하다. 반면 친구나 선후배와 마신 비율은 31.1%에서 37.4%로, 직장동료는 12.1%에서 26%로 늘었다. 음주 장소도 집은 뚝 떨어지고 식당이나 주점이 급증했다.
코로나 이후 우울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도 우울 증세와 술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왔다. 우울 증세가 평균 이하인 사람보다 평균 이상인 사람이 술과 상관관계가 높게 나왔다. 음주 폐해와 상관관계는 더 높았다. 코로나로 우울 증세가 늘고 음주가 늘어나는 게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는 목적은 친목, 관계 형성이다. 응답자의 68%는 최근 1년간 절주나 금주를 시도한 적이 없다.
혼술이나 집에서 마시는 것을 선호하고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구매도 증가한다.
강 센터장은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3년 9조4524억원에서 2019년 15조 806억원으로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2020년 하루에 14.1명이 음주로 인해 숨진다.
응답자의 66.6%는 음주 폐해가 심각하다고 여긴다. 음주 운전, 주취 폭력 등의 범죄, 공공장소 소란 등이 대표적이다.
강 센터장은 "음주 폐해 예방정책은 주류 접근성을 규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가격, 판매시간, 장소 등을 제한하는 환경조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담배 광고 규제 수준으로 주류 광고 규제를 강화하고, 미디어의 음주장면 규제를 강화하며, 금주구역 지정 운영의 실효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