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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감사원 “성남시 쓸모없는 땅 과대 평가해 291억 손실”…경찰, 업무상 배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조성된 백현동 A아파트의 공사 당시 모습. 옹벽의 높이는 50m다. 네이버 항공뷰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조성된 백현동 A아파트의 공사 당시 모습. 옹벽의 높이는 50m다. 네이버 항공뷰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해 온 경기남부경찰청이 개발업체 A사가 토지 용도 변경의 대가로 토지 일부를 기부채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수백억 원대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난 4월 감사원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때 포함된 내용이지만 사실관계가 드러난 건 지난 22일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목한 것은 토지 용도 변경에 관여한 공무원 3명”이라며 “수사가 상당히 진행돼 조만간 1차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이들 공무원의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5년 3월 백현동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 1265㎡의 용도를 변경(자연·보전녹지 지역→준주거지역)해주면서 A사에게 공공기여 방안으로 연구개발(R&D) 용지 절반인 1만 6948m²에 R&D센터 건물(연면적 1만 6530m²)을 짓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결과 R&D 용지 약 23%에 이르는 7995m²가 개발이 불가능한 원형 보전지로 지정되자 A사는 R&D센터를 짓는 대신 이 토지를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성남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당시 성남시는 이 토지의 가격을 385억원으로 평가했지만, 실제 가치는 66억원(2019년 감정평가 기준) 불과했다. 감사원은 “사실상 291억원 상당의 손실을 성남시에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가 기부채납으로 받은 백현동 땅. 사진 함종선 기자

성남시가 기부채납으로 받은 백현동 땅. 사진 함종선 기자

R&D센터 대신 기부채납 받기로 한 원형 보전지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것은 임대주택 건설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A사가 기부채납 규모가 증가했다고 주장하면서 임대주택 물량을 일반 분양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하자 성남시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 비중은 100%에서 10%로 줄어든 게 그 결과였다. 감사원은 “성남시의 부당한 업무 처리로 A사는 최소 256억에서 최대 641억원을 추가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유동규 “손 떼”…민간이 3000억 이익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진 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경기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진 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경기도

이 밖에 감사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가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해 A사가 개발이익 3142억원을 독식한 것도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애초 도개공이 사업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민관합동개발)은 용도변경의 대전제였지만 도개공이 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A사의 이익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도개공이 10%라도 지분 참여를 했다면 배당이익 314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6년 유동규(구속 수감 중) 당시 도개공 기획본부장이 “그럼 우리 할 일 없네. (백현동 사업에서) 손 떼”라고 실무진에게 말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유 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도 수사를 요청했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은 경찰 수사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할지 여부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의원은 2015년 4월과 2016년 1월 각각 ‘자연녹지→준주거지 용도 변경’과 ‘임대아파트 100%→10% 축소’ 검토 보고서를 결재했다. 감사보고서에도 시장 보고 및 결재일이 명시돼 있다.

경찰은 지난 6월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성남시 공무원 3명이나 이 의원 소환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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