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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文 탈검찰화' 뒤집다…"외부인재 되레 전문성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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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법무부 ‘탈(脫 )검찰화’를 되돌리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했다. 인재 유입이 어려웠던 데다, 외부 인사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짧은 등 업무 공백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각 부처의 공직자나 외부 전문가를 고루 등용하는 등 법무부 인사 검찰에 편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법무부, “외부 전문가, 전문성 부족”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행한 부처 업무보고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행한 부처 업무보고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국정감사 처리결과 보고서’에서 ‘탈검찰화는 국정과제임에도 법무부 내 주요 보직에 여전히 검사를 임명하고, 법무부 검사 정원을 줄이는 대신 업무지원 형태로 일선 청 소속 검사를 수시로 파견받는 등 검사 의존 경향을 보인다’는 국회의 지적에 대해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일부 직위에 외부 인사를 영입했으나 우수 인재 유입 어려움, 업무 실적 저조 등 전문성 부족을 겪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2018~2021년 정부 업무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외부 영입 인사들은) 평균 재직 기간 1년 10개월의 잦은 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과 업무 연속성 저하가 발생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 전문성과 연속성을 높이고 내·외부의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협력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무부 내 검사 인원의 적정 규모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라고도 했다.

48~51% 줄어든 파견검사, 다시 늘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무부의 이 같은 답변은 윤석열 정부 이후 가시화한 탈 검찰화 되돌리기 흐름이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윤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전 검사장이, 차관으로는 이노공(연수원 26기)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임명되면서 이 같은 기조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정부에서 교수 출신인 박상기·조국 전 장관이, 판사 출신인 추미애·박범계 전 장관이 등용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강성국·이용구 전 차관 역시 모두 판사 출신이었다.

법무부를 비롯해 문 정부 들어 줄어들었던 외부 기관 파견 검사 수가 늘어날지도 관심사다. 참여연대가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7명이었던 법무부 파견 검사 수는 2018년 36명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2021년 3월 기준으로도 33명으로 50.7% 감소했다. 외부기관 파견 검사 수 역시 2017년 62명에서 2021년 4월 기준 46명으로 25.8% 줄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신 인권국, 법무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에는 민변 출신 변호사를 비롯해 감사원·외교부·방위사업청·교수 등 외부 인사 26명을 지난해 3월까지 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검사보다 외부인이 뛰어난 분야도”

참여연대는 지난 2021년 5월4일 펴낸 '문재인정부 4년 검찰보고서 청와대·법무부·외부기관 검사 파견 현황 검찰청에 없는 그 검사 79명'에서 검찰에 장악된 법무부에 대해 비판했다. [참여연대 보고서 발췌]

참여연대는 지난 2021년 5월4일 펴낸 '문재인정부 4년 검찰보고서 청와대·법무부·외부기관 검사 파견 현황 검찰청에 없는 그 검사 79명'에서 검찰에 장악된 법무부에 대해 비판했다. [참여연대 보고서 발췌]

전문가들은 법무부 출신 성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건 여전히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출입국 관리, 교정, 인권국 업무의 경우 시민사회나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공직자가 (검사보다) 전문성, 소통 측면에서 뛰어날 수 있어 인사에 있어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전 정부의 탈검찰화에 따른 오류도 있었지만, 법무부 근무가 검사장 승진 경로에 불과한 등 그 이전의 부정적 병폐가 있었다는 점도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를 통해 “검찰청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지휘를 받는 외청(外廳)인데 과거 정권들은 검찰 본연 업무와 무관한 부서의 주요 직책까지 검사들로 대거 임명하면서 법무부가 외청인 검찰청에 역으로 장악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검찰개혁 정책을 일차적으로 수립해야 할 기관이 법무부인데, 법무부 요직을 검사 출신들이 독식한다면 무늬만 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탈검찰화는 더 큰 검찰개혁의 전제조건”이라고 썼다.

“검찰청, 법무부 외청인데 거꾸로 장악” 우려

다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문 정부 당시 박상기·조국·박범계·추미애 장관이 오는 등 외부 수혈을 했지만 결국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진 않았다”며 “검찰 출신이 자신의 ‘친정’을 통제한다는 면에서 반드시 어느 것이 맞다고 답을 내리긴 힘들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파견 검사 수를 일률적으로 줄이거나 늘리기로 정해진 기조는 없다”며 “다만 각 부처의 요청에 따라 검사들이 정부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필요성, 인력 사정을 면밀히 고려해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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