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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원 벌고 광고비 100만원"…플랫폼 분쟁 유럽은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A씨는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과자류 제품들을 판매했다. A씨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오픈마켓 측에서 제공하는 광고 서비스를 신청했다. 클릭할 때마다 광고비가 부과되는 방식의 서비스였는데 이에 따라 100만원의 광고비를 내라는 청구서를 받았다. A씨가 광고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7만원이다.

코로나 이후 급증한 플랫폼 분쟁

26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 사례를 소개했다. 플랫폼 관련 분쟁은 2020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연간 관련 분쟁이 접수된 건수는 17건이었지만, 지난해 103건까지 늘었다. 3년 사이 6배가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6월 말까지 66건 접수됐다. 조정원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했다”며 “플랫폼 사업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분쟁 또한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EU, 플랫폼 제재 법안 칼 뺐다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은 전 세계의 고민거리다. 구글·아마존 등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플랫폼 독점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유럽연합(EU)은 대대적인 조치에 나섰다. 지난 5월 EU 의회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과시킨 데 이어 EU 이사회가 지난 18일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6개월의 계류 기간을 거쳐 내년 초 시행 예정이다. 선진국 대열에 속한 EU가 고강도 제재 수단을 들고나오면서 국내 플랫폼 규제 논의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디지털시장법은 EU가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강력한 방식의 플랫폼 제재 법안이다. 매출액 기준에 따라 법을 적용할 플랫폼을 지정하고, 이들에게 별도 의무를 부여한다. 어길 경우 강한 제재를 하는 식이다. 이전까지 EU는 법을 통해 특정한 기업을 지정하는 사례가 없었다. 최근 3년간 유럽 내 매출액이 75억 유로(약 10조원) 이상이거나 최근 1년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이 750억 유로(약 100조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지정 대상이다. 구글·애플·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부킹닷컴 등이 해당한다.

이들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의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노출 등에서 우대할 경우 EU는 제재를 할 수 있다. 인앱결제 강제 등 특정한 결제 수단을 강요하는 것도 금지된다. 법 위반 시 전 세계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수십조원대 과징금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자율규제 추진 정부, 민주당 변수 

문재인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법으로 지정하고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온플법 같은 법적 제재 대신 자율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정부부처의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가 이달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참여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뉴스1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참여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뉴스1

변수는 국회다.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온플법 관련 법안이 계류돼있다. 의석 절반을 넘게 차지한 민주당이 온플법을 밀어붙일 경우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정책위 차원에서 법안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EU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한국, 유럽과 상황 달라…시기상조”

국내 상황을 미국·유럽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이 있어 구글·아마존의 영향력이 해외만큼 절대적이지 않아서다. 양용현 KDI 규제연구센터장은 “디지털시장법 시행이 국내에서의 논의를 촉발할 여지는 있지만 그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시기상조”라며 “자율규제를 통해 입점업체와 소비자 보호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감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정책협의체에 참여하는 정부 관계자는 “자율규제로 원만한 합의를 할 것”이라면서도 “유럽처럼 뒤늦게 과도한 제재 법안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플랫폼 기업 독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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