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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유엔사 패싱" 때린 與 뻘쭘해졌다…손발 안맞는 당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이 한 달 째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얽힌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는 등 이런 드라이브가 국정 수행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이런가운데 유관 기관장들이 국민의힘의 주장과 상반된 답변을 내놓는 일까지 이어지며 정부와 여당간 엇박자까지 부각되고 있다.

판문점 출입을 관장하는 유엔사령부가 2019년 탈북 어민을 강제로 북송할 당시 ‘패싱’ 당했다는 여당의 의혹 제기에 통일부·국방부가 선을 그은 일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국가안보 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한기호 의원은 TF 2차 회의가 열린 15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하려면 유엔사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유엔사는 (2019년 강제 북송을) 5번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 국가안보문란TF 위원으로 활동 중인 탈북민 출신의 태영호 의원도 비슷한 주장으로 협공을 폈다. 두 사람은 25일 대정부 질문에서 “유엔사 허가를 얻지 않은 2019년 북송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며 유엔사가 판문점 출입을 허가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두 의원의 질의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유엔사가 (판문점을 통한 북송을) 승인했다”고 답했다.

여권의 주장에 전면 배치되는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권 장관은 다음날인 26일 C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엔사가 강제 북송을 알고 승인한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유엔사는 과거에 있었던 일반적인 승인이 아니라 의사에 반해서 끌려가는 좀 이상한 모습을 보고 (어민에게 씌워진) 포승줄하고 안대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하루만에 국민의힘의 의원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 셈인데, 정치권에선 "정부와 여당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입장 차를 드러냈던 사례는 또 있다. “강제 북송 당한 탈북민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국가안보문란TF의 주장을 권 장관이 부인한 것이다. TF 단장인 한 의원은 20일 3차 TF 회의에서 탈북민 등의 증언을 토대로 “탈북 어민 2명이 16명을 살해했다는 문재인 정부 발표는 허위이며, 이는 북측이 2명의 탈북 브로커를 송환받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틀 후인 22일 권 장관은 SBS에 출연해 이들이 16명을 숨지게 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합동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해서 살인 사실을 자백한 걸로 봐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관들이 지금의 정치 공방에 의도적으로 한 발 물러서있단 분석이 나온다. 정권이 교체된 후 과거 정부의 장관이나 공무원들이 고소·고발로 인해 법적 판단을 받게 된 여러 선례를 고려하면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해당 사안에 대해 무조건 여당 편만 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당내에서는 북한 이슈에 대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가안보문란 TF 의원은 “솔직히 국민 입장에선 계속되는 비슷한 의혹 제기에 피로감만 느낄 수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 짓고 민생 이슈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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