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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시험 문제·답안 빼돌린 고교생…그들의 수법은 교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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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기사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뉴스1

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기사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뉴스1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답안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교무실에 침입한 학생 2명으로부터 범행 자백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6일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등 혐의로 A군 등 대동고 2학년 재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최근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 문제 출제 기간 중 교사들이 퇴근한 심야 시간대 잠금장치가 풀린 창문을 통해 교무실에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교사들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일정 시간마다 갈무리한 화면을 며칠 뒤 회수하는 수법으로 시험 문제와 답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지구과학, 한국사, 수학 Ⅱ, 생명과학 등 4과목의 출제 자료를 컴퓨터에서 회수할 때도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

이는 역대 적발된 고교 내신 성적 조작 부정행위 가운데 학생들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교사들의 컴퓨터에 접근해 시험지를 빼낸 이례적인 범죄로 교육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A군 등이 담당 교사 자리를 미리 파악하는 등 해당 과목을 미리 특정해 교무실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지 않는 A군 등은 기말고사 문제와 답안을 빼내기 위해 야간에 다시 학교를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침입 일시는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A군 등이 출제 단계의 미완성 문제뿐만 아니라 답안지 작성 당시의 컴퓨터 작업 화면 갈무리한 자료도 함께 빼돌린 것으로 확인했다.

범행에 이용한 악성 프로그램은 입건된 학생 가운데 1명이 제작했다. 인터넷에서 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기능을 더해 맞춤형으로 완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군 등은 범행 동기에 대해 "더 잘하고 싶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11∼13일 치러진 대동고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 문제 또는 답안 일부가 A군 등 특정 학생에게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학교 측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군 주거지에서 증거물을 확보하고 자백을 받아 동급생 1명을 공범으로 추가 입건했다. 교직원이 범행에 가담한 정황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광주시교육청이 확인한 결과, A군은 지구과학과 수학Ⅱ 각 100점, 한국사 93점, 생명과학 86점을 받았다.

A군은 생명과학 4문제 정답이 시험출제 후 바뀌었는데 정정되기 전 '정답'을 적어냈고, 결과적으로 '4개 오답을 적어내' 86점을 받았다.

A군은 생명과학 4문제 정답이 정정되지 않았다면 100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학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1학년 때 A군의 내신은 3.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한편 해당 고교에서는 2018년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당시 시험지 문제를 행정실장과 학교 운영위원장인 재학생 어머니가 빼돌려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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