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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같은 813명 자폐 분석해 발병 유전자 변이 세계 최초 발견

중앙일보

입력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중앙포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중앙포토

국내 연구진이 813명의 한국인 자폐증 환자와 가족의 유전체를 분석해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 이런 변이 발견은 세계 최초이다. 인기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 같은 자폐 스펙트럼의 발생 원인을 이해하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김은준 단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했다.

연구팀은 자폐증을 가진 환자와 가족 813명의 혈액을 채취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인간 줄기세포를 만들어 태아기 신경세포를 재현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비(非)부호화(Non-coding) 영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는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간 연구에서 배제돼온 분야다. 최근 다양한 분야 연구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부호화 영역은 유전체 데이터의 2%를 구성하며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을 만든다.

연구 결과, 생애 초기 신경 발달 단계일 때 3차원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비부호화 영역에 있는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 변이에 원격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유전체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할 분야가 어디인지를 조명하고 유전자 변이가 뇌 발달에 미치는 변화를 재현했다. 기존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집중되었던 자폐증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기존 북미와 유럽 위주로 진행되던 자폐 유전체 연구에서 벗어나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코호트(동일집단)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 모델 기틀을 마련해 향후 자폐증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신저자 유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한국인의 자폐증 당사자 및 가족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폐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첫걸음을내디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인 정신의학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실렸다.

자폐증은 의사소통 장애나 사회적 상호 작용의 결핍과 함께 반복적 행동이나 관심사의 협소를 특징으로 하는 발달 장애이다. 대개 만 2세 전후에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어린 나이에는 뇌가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일찍 발견해 의료진이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

자폐증 발생에는 유전자의 변이가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다양한 유전자의 변이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지, 그 유전자가 생애 초기 뇌 발달에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계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어 충동성이나 불안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약물치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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