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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속에서도 "뽀뽀해달라"...세상에 식용 위한 개는 없다 [다큐 '누렁이' 감독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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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누렁이'를 연출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 미국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로 유명하다. [사진 웨버샌드윅 코리아]

다큐 '누렁이'를 연출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 미국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로 유명하다. [사진 웨버샌드윅 코리아]

내가 '누렁이(Nureongi)'를 촬영한지 5년 지났다. 누렁이는 한국에서의 개 식용 산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유튜브를 통해 75만뷰를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의 개식용 산업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2021년에 한국 문재인 정부가 개 식용 문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컸다. 안타깝게도 당시 개 식용 찬반 진영간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의미있는 대화와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한국 내 개 식용 대화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김건희 여사가 최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한국과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이 한국 이미지에 분명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김 여사 인터뷰는 누렁이 촬영 때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개 식용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자문하게 됐다.

내 대답은 항상 중립적이다. 개 식용 산업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양쪽 진영 얘기를 모두 공정하게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 여사 인터뷰를 통해, 또 내가 '누렁이' 촬영을 위해 오랫동안 리서치하면서 지난 몇년 간 미국과 한국 대중과 자주 교류했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내가 개 식용 산업 대화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개 식용 산업에 있어 가장 큰 논쟁 중 하나는 반려견과 식용견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4년간 누렁이를 촬영하면서 개농장 10곳 이상을 방문했다. 철창에 갇혀있는 개들이 사람들과 뽀뽀하고 싶어 혀를 내밀었고, 앞발을 내밀어 우리와 접촉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다른 개와 다를 게 없었다. 이중 수천 마리가 미국과 유럽에 입양됐다.

세상에 식용을 위한 개는 없다. 단지 개만 있을 뿐이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가 직접 한국 개고기 산업을 조명한 다큐 '누렁이' 포스터. 영어 제목도 한국말 발음 그대로 지었다. [사진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가 직접 한국 개고기 산업을 조명한 다큐 '누렁이' 포스터. 영어 제목도 한국말 발음 그대로 지었다. [사진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우리는 왜 개와 강아지를 그토록 사랑할까? 사람과 함께 이렇게 오랫동안 깊숙한 관계를 가진 동물은 없기 때문이다. 개는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농장, 경찰, 군대에 기여한다. 코로나19 확진여부를 잡아내는 탐지견도 있지 않나. 내가 입양한 누렁이 두 마리도 대단히 똑똑하고 충성스러우며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3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이중 대다수 반려동물이 개/강아지다. 이는 개 식용 산업을 향한 한국인들 생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세계 무대 중앙에 서 있는 국가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과 같은 빼어난 영화와 TV 드라마를 만들어낸 엔터테인먼트 강국이다. BTS는 전세계 음반산업을 장악했다. LG와 삼성은 현재 IT업계의 거성이며 기아, 제네시스, 현대는 전세계 자동차산업의 주축 기업들이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으로 전세계 6위 경제규모 국가로 올라섰지만 한국은 여전히 선진국 중 유일하게 개 식용 산업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국의 전임과 현 정부가 모두 개 식용을 반대하고 있고 대다수 한국인 생각도 마찬가지다. 개 식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깊은 생각과 함께 실천이 필요하다. 개 고기를 금지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일 수 있지만, 개 식용 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한국인 과반이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개 식용 산업은 다른 한국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인다. 비즈니스는 시대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7월 복날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인들이 개 식용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출발지점에 있다고 믿는다.

케빈 브라이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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