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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찰국 사태로 민생 치안에 공백 생겨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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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선 경감·경위 집단행동 움직임 부적절

정부, 일방통행보다 귀 열고 설득 노력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경찰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경찰의 비대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경찰이 반발하자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경찰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경찰의 비대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경찰이 반발하자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뉴스1]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방안에 반발해 온 경찰의 집단행동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강경 대응 입장을 잇따라 천명하자 사태가 풀리기는커녕 정면충돌로 가는 듯해 걱정스럽다.

이번 사태는 일선 경찰서 서장에 해당하는 총경(정원 470명) 중 190여 명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단체행동 해산 명령을 어기고,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강행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청은 이번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을 당일 회의 후 약 두 시간 만에 직위 해제하고 대기 발령했다.

인사 조치와 감찰 착수 직후 경찰 중하위 조직까지 술렁이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일선 경찰서 경감·경위들이 참석하는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30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자는 글이 올라왔다. 민생 치안의 최일선인 전국의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같이 참석하자는 독려의 글도 게시됐다.

이런 조직적 움직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출근길에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서장 회의는 국가공무원법상 단순 징계 사안이 아니라 형사처벌 사안”이라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장관의 지적처럼 경찰의 집단행동은 부적절하다. 경찰은 무기를 소지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특수 조직으로, 상부의 허가 없이 집회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경찰국 신설 문제를 넘어 국가 기강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경찰서 서장에 이어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이 민생 치안 현장을 벗어나 추가 모임을 갖는다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국가경찰위원회로는 갑자기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윤석열 정부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검수완박법 시행 시한이 촉박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경찰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경찰에 대한 비난은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일례로 이 장관의 “12·12 쿠데타” 발언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다수 경찰관까지 자극할 수 있다.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행안부와 경찰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설득 노력을 기울여 경찰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바란다. 어떠한 경우라도 민생 치안에 한 치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