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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택시 대란, 언제까지 땜질 처방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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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8일 오후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택시기사 줄고, 고령화로 구조적 문제

새 이동수단 규제 풀어 택시 수 늘려야

택시 대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직장인이 저녁 약속을 마치고 귀가하는 오후 10시 이후엔 택시 잡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택시를 잡기까지 두 시간 걸렸다’ ‘1만원도 안 드는 거리를 4만원 넘게 주고 갔다’ ‘택시도, 대리운전도 안 잡혀 여관 신세를 졌다’. 소셜미디어에는 간 밤의 택시 대란 경험담이 넘쳐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 4월 중순 이후 택시 대란이 빚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간 참아 왔던 저녁 약속 등 사회활동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낮시간대 역시 최근 들어 택시 이용이 쉽지 않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급기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나서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심야 택시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더 많은 택시가 운행되기 위해 개인택시 3부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택시 대란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면 해법 또한 달라야 한다. 정부는 택시기사의 ‘단거리 호출 거부’를 원천 봉쇄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단거리 호출 거부는 택시기사가 호출을 잡을 때 ‘원거리 손님’을 우선적으로 잡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호출 거부 원천봉쇄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사가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 콜 애플리케이션을 끄고 옛날처럼 손님을 골라 태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택시 대란의 근본 원인은 택시기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택시기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50대가 기존 10만1055명에서 6만3221명으로 37.4% 줄었다. 반면에 70대 이상 기사는 2만4168명에서 3만7337명으로 54.5% 증가했다. 고령의 택시기사들은 밤 운행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야에 택시가 부족한 주 원인이다. 여기에 법인 택시기사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음식 배달’ ‘택배’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운행 택시 수는 더욱 줄어들었다.

결국 근본 처방은 제도 개선이다. 우선은 개인택시 부제를 전면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 때 택시업계의 반발로 퇴출시켰던 타다와 우버 등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또한 필요하다. 당시 이런 혁신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으면 지금 같은 택시 대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택시 대란은 기득권의 반발과 이중삼중 규제로 혁신을 막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