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님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팀K리그와의 친선 경기에서 3실점 한 것 때문에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 하더라고요. 토트넘 수비수들에게 왠지 모르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 한 경기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K리그의 특급 신인 양현준(20). 2002년생인 그는 지난 13일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2일 강릉시 노암동 강원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양현준은 “손흥민 선배님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거와 맞대결한 것도, 관중석을 가득 메운 6만4000여 명의 축구 팬 앞에서 뛰어본 것도 처음이었다”며 “30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빈 그 시간이 꿈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토트넘전 제 플레이 80점, 잘 뛰었지만 초반 긴장”
이날 경기를 지켜본 축구 팬들은 양현준의 플레이에 푹 빠졌다. 어린 선수가 거침없는 돌파와 과감한 슈팅으로 토트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모습에 K리그 팬들은 열광했다. 에릭 다이어, 라이언 세세뇽, 다빈손 산체스 등 내로라하는 토트넘 수비수들을 과감하게 돌파한 뒤 슈팅을 날리고, 날카로운 패스를 했다. 날카로운 패스로 라스(수원FC)의 득점도 어시스트했다. 경기 직후 토트넘 구단 소셜 미디어에는 “화려한 개인기로 다이어를 농락한 그 한국 선수, 당장 계약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양현준은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을 땐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는 상황 자체가 낯설어 살짝 얼어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함성을 듣자 오히려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면서 “토트넘 수비수들은 세계 최고다. 프리시즌 기간이라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플레이에 점수를 매겨보라는 질문에 그는 80점을 줬다. 양현준은 “나름대로 잘 뛰었지만, 초반에 긴장해 한동안 경기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 볼을 빼앗긴 상황도 있어서 20점을 깎았다”고 설명했다.
롤 모델 손흥민(30)과 나눈 대화도 값진 추억이 됐다. 양현준은 “경기 종료 후 손흥민 선수가 팀K리그 라커룸을 깜짝 방문했다. 내게 다가와 ‘와 너 몸 좋더라. 잘하던데?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양현준은 ‘흥민이 형’이라고 꼭 한번 불러보고 싶었지만,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절호의 기회를 놓친 당시 상황이 꽤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토트넘과의 경기 이후 양현준은 부쩍 성장했다. 사흘 뒤 치른 수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강원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20경기 만에 4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영 플레이어상(신인상) 0순위로 자리매김했다. 팬들은 양현준의 거취를 두고 유쾌한 설왕설래 중이다. 강원 팬들은 “양현준 유럽 못 가게 빨리 여권 감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머지 팬들은 “플레이가 당돌하고 괘씸(?)하니 당장 프리미어리그로 쫓아내라”고 성화다.
20경기 만에 4골 4도움 … 신인상 0순위
양현준은 “언젠가 유럽 무대에 도전할 생각이 있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면서 “실력과 경험을 꽉꽉 채워 ‘이제 됐다’ 싶은 느낌이 오면 과감하게 유럽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뛰고 싶은 팀을 묻자 “제가 고를 입장은 아니지 않느냐”며 웃어 보이면서도 “박지성 선배님을 동경해 어릴 때부터 축구 게임을 할 땐 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고른다”고 넌지시 힌트를 줬다.
양현준은 2002년의 두 영웅 최용수 강원 감독과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가 함께 발굴한 보물이다. 부산정보고 졸업반 시절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이 대표가 고졸 선수에겐 드문 S급 계약(계약기간 5년, 계약금 최대 1억5000만원)을 제시해 강원 유니폼을 입혔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4부 리그 소속 강원FC B팀에서 기량을 갈고 닦던 양현준을 1군으로 끌어올려 올 시즌 과감히 주전으로 발탁했다.
이영표 강원 대표는 “근래 들어 (양)현준이의 가능성을 탐낸 K리그 빅 클럽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낸다”면서 “이 기회를 통해 확실히 말씀드린다. 양현준은 유럽 이외의 무대로는 절대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요즘 현준이 사인 받아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된다. 인기 많은 선수 데리고 있는 감독도 피곤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양현준은 “내 별명이 ‘양 사장’이다. 축구로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라는 뜻으로 고교 시절 코치님께서 지어주셨는데, 주변 사람들도 함께 부르다 보니 별명으로 굳어졌다”면서 “지금처럼 하나하나 꿈을 이뤄가다 보면 언젠가 대표팀에서 뛸 기회도 생기고, 유럽 무대에도 나가고, 이영표 대표님처럼 진짜 축구단 사장님이 될 기회도 오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양현준
포지션 윙 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소속팀 강원FC
대표팀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올 시즌 성적 4골4도움
별명 양 사장(축구로 성공하라고)
좋아하는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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