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친코’ 작가 이민진 “인생은 게임, 때론 불공평하지만 계속 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재미교포 1.5세인 이민진 작가. [사진 엘레나 세이버트]

재미교포 1.5세인 이민진 작가. [사진 엘레나 세이버트]

“이 게임을 저는 인생의 비유로 봅니다. 저는 인생이 때론 불공평하다고 믿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게임을 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재일교포 가족 4대의 삶을 그린 대작 『파친코』(전2권, 인플루엔셜)의 저자 이민진(54) 작가는 ‘파친코’의 함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새 한국어 판본의 출간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새 판본은 주인공 이름을 ‘순자’ 아닌 ‘선자’로 표기하고, 첫 문장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옮겼다. 이 소설은 재미교포 1.5세인 그가 예일대 시절 선교사 강연을 통해 재일교포 중학생의 비극적 이야기를 접한 뒤 완성까지 약 30년이 걸린 작품이다. 특히 2007년부터 남편의 일본 근무와 함께 현지에서 재일교포들을 인터뷰한 뒤, 1970년대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하는 기존 원고를 버리고 다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한국계 일본인들의 경험이 다른 나라에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제게 중요했다”며 특히 “식민지 시절과 이후의 시기가 우리의 국가적, 개인적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 『파친코』의 새 한국어 판본은 1권이 이번주, 2권이 8월 출간된다. [사진 엘레나 세이버트]

소설 『파친코』의 새 한국어 판본은 1권이 이번주, 2권이 8월 출간된다. [사진 엘레나 세이버트]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7세 때 온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갔다. “가부장제 문화에서 남아선호가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뿌리 깊고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 자매 중 둘째로 자랐는데 제 아버지는 우리를 각각 구분 짓고 우리의 잠재력을 가치있게 여겼습니다.” 소설 속 선자를 그 시대의 남아선호사상과 달리 부모, 특히 아버지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인물로 그린 데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결심한 건 20대 후반. “당시 심각한 간 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지금은 완치됐지만, 젊었을 때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확신했다”고 돌이켰다. 또 “부모님은 항상 돈과 지위보다 인생과 존엄을 소중히 여기라고 가르쳤다”고 전했다.

이후 2007년 자전적 장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출간까지, 다시 2017년 『파친코』의 출간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정의와 불평등 이슈에 관심이 많다”며 한편으로 “우리가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가족의 힘과 사랑에 감동한다”고 했다. 『파친코』의 첫머리에는 “크리스토퍼와 샘에게”라고 적혀 있다. 작가의 남편과 아들이다.

현재 집필 중인 차기작은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이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말 ‘학원’을 소리나는 대로 쓴 데서 한국식 사교육, 입시교육이 떠오른다. 작가는 “전 세계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교육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며 “전 세계 수십 개 학원을 방문했고,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때는 “시간이 없어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며 오는 8월 방문 때는 “맛있는 음식을 꼭 먹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소설에 바탕해 만들어진 드라마 ‘파친코’와 관련된 질문들은 모두 답을 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