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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하나로 초대박난 ENA…속편히 웃는 곳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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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덕분에 신생 채널 ENA가 유명세를 얻었다. [사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덕분에 신생 채널 ENA가 유명세를 얻었다. [사진 ENA]

“‘우영우’ 본방송 어디서 볼 수 있죠?”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덕에 신생 채널 ENA이 화제다. 지상파 3사와 종편 등이 넷플릭스·티빙·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과 경쟁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개국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케이블 채널의 번호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단 하나의 콘텐트로 ‘무명’ 채널의 설움을 떨쳐냈다.

‘우영우 신드롬’에 ENA 시청률 16.8%  

ENA는 KT 그룹 계열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사진 ENA]

ENA는 KT 그룹 계열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사진 ENA]

25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드라마 ‘우영우’의 8회(21일) 시청률은 전국 13.1%, 수도권 15.0%, 분당 최고 16.8%를 기록했다. 통상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률이 1%만 넘겨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기준에 따르면 고무적인 성과다. 수치뿐이 아니다. 촬영지인 경기도 수원시 ‘우영우 김밥’ 가게, 가상 마을인 ‘소덕동’으로 등장한 경남 창원시는 이미 관광 명소가 됐다. 우영우가 착용한 가방, 고래 시계는 품절 대란이다. 소셜미디어에는 드라마 관련 ‘짤’(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쏟아졌다. ‘여기도 우영우, 저기도 우영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영우’를 편성한 ENA는 KT 그룹 계열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지난 4월 29일 기존 ‘스카이’에서 ‘ENA’로 채널명을 변경했다. ENA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DNA의 합성어로, ‘엔터테인먼트 DNA’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입한 인터넷TV(IPTV) 서비스에 따라, 1번, 40번, 45번, 58번, 997번 등 채널 번호가 달라 가정마다 혼선을 빚기도 했다.

KT, 콘텐트 기업 목표로 4000억원 투자  

통신업체 KT는 비통신 사업 비중을 늘리기 위해 콘텐트 제작을 시작했다. [사진 ENA]

통신업체 KT는 비통신 사업 비중을 늘리기 위해 콘텐트 제작을 시작했다. [사진 ENA]

엔터업계에서는 ‘우영우’가 그냥 탄생한 게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 공룡’ KT는 비통신 사업 비중을 키우기 위해 콘텐트 제작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3일 간담회에서 핵심 대작(텐트폴)을 통해 ENA 가치를 2025년 1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트 30개 이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중추 역할을 맡은 곳은 지난 1월 신설된 스튜디오 지니로, KT의 콘텐트 투자와 제작, 유통을 총괄한다. 사전제작된 ‘우영우’엔 홍보비를 제외하고 약 200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우영우’ 신드롬은 콘텐트가 좋으면 어디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입증했다. 지상파나 케이블 등 기존 채널이 아니라서 오히려 천만다행이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는 간접 광고(PPL)가 없기 때문이다. ENA의 적극적인 홍보·마케팅도 한몫했다. 최근 버스, 지하철, 카카오택시 등에서 우영우 포스터와 음성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졌다. ENA는 법무법인 한바다 소속 정명석, 최수연, 권민우 변호사와 우영우 친구인 동그라미의 성향을 볼 수 있는 가상 계정의 피드 캡처 사진을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채널 영향력보다 콘텐트 중요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NA의 당면 과제는 ‘우영우’ 그 이후다. 후속작으로는 배우 정일우, 소녀시대 유리 주연의 수사 로맨스 ‘굿잡’이 편성돼 있다. ‘우영우’ 후광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순 있지만, 촬영 중 감독이 교체되는 등 잡음이 나오면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한국 콘텐트 시장이 레드 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되면서 채널은 시청자를 붙잡는데 별 영향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콘텐트 산업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D2C) 거래가 대세가 됐기 때문에 콘텐트 경쟁력만 있으면 송출 채널은 무의미해졌다”며 “우영우의 성공으로 ENA의 이름은 알렸어도, 다른 작품의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영우’를 돌풍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측은 제작사 에이스토리다. 300억원이 들어간 대작 ‘지리산’의 부진으로 휘청거리던 주가가 회생했다. 에이스토리는 지난 6월 24일 1만6050원에서 최근 3만 원대로 한 달 만에 두 배 상승했다. K엔터에 투자하는 ETF도 상승세다. 이달(25일 기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POP&미디어’는 15.8% 상승했다. ‘TIGER 미디어컨텐츠’와 ‘KODEX Fn웹툰&드라마’도 각각 13.2%, 11.7% 올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트 수급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경쟁력 있는 콘텐트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단순히 콘텐트를 제작만 하던 국내 업체들이 IP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하면서 산업 잠재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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