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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시원하네! 맥주도 아닌데 매출 2배…여름 '삼총사'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김현아(36·서울 혜화동)씨는 최근 집에서 탄산수와 얼음을 넣은 위스키 한 잔을 즐기는 재미에 빠졌다. 바로 칵테일의 일종인 ‘하이볼’이다. 그는 “알코올 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컨디션에 맞춰 먹기 좋고 여러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며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는 하이볼 한 잔이 일상의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위스키를 탄산음료, 얼음과 함께 희석해 마시는 '하이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위스키를 탄산음료, 얼음과 함께 희석해 마시는 '하이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여름철 주류 트렌드에 변화의 바람이 뚜렷하다. 그동안 맥주가 대세였지만 올여름엔 하이볼과 스파클링 와인, 스파클링 막걸리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에서 마시는 ‘홈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보다 다양한 주종을 취향대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배경이다.

25일 이마트에 따르면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전체 주류 매출에서 위스키와 브랜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9%로, 2년 전(4.2%)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맥주 매출 비중은 50.2%에서 43.7%로 감소했다.

하이볼에 쓰이는 위스키가 주로 1만~3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 수량은 훨씬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토닉워터 등 하이볼 재료인 탄산믹스 매출은 전년 대비 46.5%, 레몬도 10.9% 증가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얼음 동동 ‘순한 위스키’ 열풍  

하이볼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나 브랜디를 얼음과 탄산수 등으로 희석해 마시는 ‘가벼운 위스키’다. 독주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다. 무엇보다 탄산수의 종류를 달리하거나 레몬·라임 등을 섞어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 사이에 ‘위스키 열풍’을 가져온 주역이다.

위스키 업계도 하이볼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 1만원대의 하이볼 전용 위스키로 출시된 ‘라벨5’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른바 MZ세대 소비자 수요가 커지자 편의점 전용 200mL 소용량 위스키와 무알코올 맥주, 전용 잔으로 구성된 ‘라벨5 하이볼 패키지’까지 나왔다. 서울 강남과 홍대를 비롯한 전국 150여 개 음식점에는 레벨5 위스키를 생맥주처럼 내려 마시는 ‘하이볼 머신’이 등장했다.

하이볼 전용 위스키 '라벨5'. [사진 아영FBC]

하이볼 전용 위스키 '라벨5'. [사진 아영FBC]

골든블루도 알코올 도수 9도짜리 음료가 나오는 ‘하이볼 마스터’ 기계를 선보여 입점 업소를 늘려가고 있다. 명용진 이마트 주류바이어는 “소주·맥주 중심이었던 국내 주류 시장이 와인·위스키 등으로 다변화하고 도수가 높아 부담스럽게 여겨지던 위스키도 하이볼로 즐기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톡’ 쏘는 와인·막걸리도 인기 

탄산이 주는 청량감이 특징인 발포주도 여름철 인기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시원하게 온도를 낮춰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발효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발생해 기포와 거품을 가진 와인으로 크레망(프랑스), 까바(스페인), 스푸만테(이탈리아) 등으로 불린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는 이름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파클링 수입액은 7782만 달러(약 1000억원)로 전년 대비 67.6% 증가했다. 여름철 수요가 늘면서 주류 수입사인 아영FBC의 올해 스파클링 와인 매출도 샴페인을 주축으로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8% 급증했다.

노현우 아영FBC 영업마케팅 총괄은 “(스파클링 와인은) 함께 어울리면서 기쁜 일과 먹거리를 나누는 한국 문화에 잘 어울리는 술”이라며 “한국 소비자는 특히 청량감을 좋아해 스파클링 와인을 친숙하게 여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는 6~8월 여름에 마시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 등을 추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마트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는 6~8월 여름에 마시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 등을 추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에서도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된 5월부터 지난 17일까지 스파클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해 15% 이상 증가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6월 프랑스, 7월 이탈리아에 이어 내달 스페인의 대표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할 예정이다.

롯데마트가 단독 출시한 '유톡자톡 스파클링 막걸리' [사진 롯데쇼핑]

롯데마트가 단독 출시한 '유톡자톡 스파클링 막걸리' [사진 롯데쇼핑]

최근엔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이색 막걸리도 등장했다. 중장년층의 ‘아재술’로 인식되던 막걸리는 백종원·김수미·임창정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술을 출시하면서 소비층이 20·30대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여름철을 맞아 막걸리 특유의 탄산감이 샴페인을 연상시켜 ‘막페인(막걸리+샴페인)’으로 불리며 소셜미디어(SNS)에서 회자하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의 지난달 스파클링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이상 늘어났다.

기획 상품도 눈길을 끈다. 롯데마트는 이달 전라남도 고흥산 유자 과즙의 상큼함과 강한 탄산이 특징인 ‘유톡자톡 스파클링 막걸리’를 단독 출시했다. 이응수 롯데마트 주류팀 상품기획자는 “기존 전통주와 차별화한 레시피로 청량감을 주는 막걸리”라며 “2030 소비자들을 공략한 이색적인 전통주 상품을 지속해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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